앵커: 중국이 최근 북한 내 고문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 가운데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면담한 탈북민의 대부분이 고문에 준하는 학대에 대해 증언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임스 히난(James Heenan)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23일 북한 당국자에 의한 학대와 고문 관련 의혹은 구금시설 안이든 밖이든 광범위하며 오랫동안 지속됐다고 밝혔습니다. (Widespread, long-standing allegations of ill-treatment and torture by state officials at both in detention and outside detention)
히난 소장은 이날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PSCORE)’ 등이 주최한 ‘북한인권과 보호책임(R2P) 국제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사무소가 면담한 탈북민들 대부분이 고문에 준하는 일종의 학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보는 북한에서 광범위한 고문이 발생한다는 증거가 없어 고문방지협약 상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이 탈북민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중국 등의 주장에 대응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사무소가 면담한 탈북민들은 대부분 고문에 준하는 일종의 학대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학대나 고문으로 인한 신체 상의 흔적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지속된 제보는 탈북민 송환 문제에 중요합니다. 중국 등은 북한에서 광범위한 고문이 실제로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Many people whom we interviewed, most I would say, recount some form of ill-treatment, rising to the level of torture, and many have physical marks of ill-treatment or torture. These long-standing reports are important for the issue of repatriation because other countries, for example the PRC, they say we have a non-refoulement obligation in terms of torture but there is no evidence of real risk of widespread torture.)
히난 소장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UN COI)가 출범했던 지난 2013년과 비교하면 북한 내 처형, 특히 공개처형 횟수, 그리고 고문에 준하는 학대의 횟수 등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은, 특히 신형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퇴보했다고 평가하며 일부 긍정적인 면을 과장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중국 내 탈북민 강제송환 관련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정보 요청에 지난 9월 답변을 보내고 현재 북한 내 고문이나 이른바 ‘대규모 인권 침해(massive human rights violations)'에 대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중국 내 탈북민들에게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바실카 샌친(Vasilka Sancin)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위원은 이날 행사에서 보호책임, 즉 R2P를 추진하기 위해선 국가들이 관련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 권한 보유자와 조약 기구들을 초청해 이들에게 접근을 제공할 필요가 있지만 북한의 경우 이는 희망 사항인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습니다.
R2P는 각 국가가 자국민을 대량학살, 인종청소, 전쟁범죄, 반인도범죄 등 중대 범죄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으며 이에 명백히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해 피해 입은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입니다. 이는 2005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으며 이 중 많은 경우가 국제법 상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은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