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귀국 북 여성노동자 주요 기념품은 ‘바퀴약’

앵커 :연말을 맞아 중국에서 귀국하는 북한 여성 노동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이 우선 구매하는 기념품은 '바퀴약'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비자 만기로 집단 귀국하는 북한 여성노동자들이 적은 돈을 가지고 가치 있는 기념품을 구입하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 가격도 싸고 선물로도 좋은 기념품 중에 ‘분사식(스프레이) 바퀴약’이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중국 단동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대북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단동 상점에서 뿌리는 바퀴약이 잘 팔린다”면서 “북조선 여성들이 귀국하며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어제도 내가 운영하는 잡화상점에 북조선 여성들이 몰려와 각자 인형과 가방과 벨트, 겨울장갑, 신발 등을 샀지만 누구나 30개(한 박스) 이상구매한 것이 뿌리는 바퀴약”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상점에서 뿌리는 바퀴약은 10위안(미화 1.39달러)~20위안(미화 2.78달러), 열 개 이상 구매하면 절반 값으로 판다”며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데다 북조선에서 뿌리는 바퀴약 수요가 많아 기념품으로 사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9월부터 중국에서 귀국하는 북한 여성들의 반입품 종목과 수량을 제한하고 통제하는데, 바퀴약 살충제는 통제항목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연말을 앞두고 중국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귀국해 인사차림으로 동무에게 주는 것이 분사식(스프레이) 바퀴약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나도 며칠 전 단동에서 귀국한 신의주 피복공장 노동자로부터 분사식 바퀴약을 선물로 받았다”며 “파란 색으로 만든 바퀴약 병이 겉으로 보아도 곱지만 마루 밑에 뿌리면 바퀴가 다 죽어 받은 사람들은 좋아한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요즘은 지방도시에도 석유곤로를 사용하는 아파트가 많은 데, 습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바퀴의 습성상 이 곳에 바퀴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 이전 북한 장마당에는 개인이 만든 분필 모양과 액체 형태의 바퀴약이 판매되었습니다. 원료는 중국에서 수입되어 유통되었지만 코로나 봉쇄로 바퀴약 원료도 고갈되다 보니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 바퀴약과 파리약 등 살충제가 부족해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그는 이어 “개인이 만든 바퀴약은 원료를 적게 넣어 효과가 적지만, 중국에서 귀국한 (북한)여성들이 갖고 나온 뿌리는 바퀴약은 포장도 곱고 효과가 좋아 작은 선물로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중국에서 귀국하는 북한 여성들이 바퀴약을 기념품으로 선택하는 배경에는 월급을 받지 못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점도 꼽히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5년 간 의류가공 인력으로 일을 한 (북한)여성노동자가 귀국하며 갖고 나가는 외화는 약 2만 위안(미화 2,784달러)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북한 여성노동자를 고용한 중국기업이 지급하는 월급은 1인당 3,000위안(미화 417달러)인데, 북한 당국이 충성자금 명목으로 2,500위안(미화 348달러)을 징수하고 500위안(69.61달러) 정도의 월급을 지불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따라서 북한 노동자 1인당 실수령 임금이 매년 6천 위안, 5년간 3만 위안에 이르지만 이 중 1만 위안은 중국에 머무르는 동안 생활비로 사용해 2만 위안 정도만 남았다는 겁니다.

한편, 현재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수는 10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