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례적 ‘반대표’ 보도...전문가 “정상국가로 보이려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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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관영매체는 26일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반대표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례적인 '반대표 보도'를 통해 반대가 가능한 민주주의 국가이며 정상국가라는 것을 나타내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28일 지난 26일 진행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서 반대표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도 인민회의 대의원후보에 대한 찬성 투표율은 99.91%, 반대 투표율은 0.09%를 기록했으며 시ㆍ군 인민회의 대의원후보 찬성 투표율은 99.87%, 반대 투표율 0.13%를 나타냈습니다.

매체는 해외 체류 중이거나 먼바다에 나가 투표하지 못한 선거자가 0.37%, 기권한 선거자가 0.000078%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법에 따라 2만 7858명이 도(직할시)ㆍ시(구역)ㆍ군 인민회의 대의원으로 당선됐으며 전체 선거자의 99.63%가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북한이 지방인민회의 선거에서 반대표가 나왔다고 공식매체를 통해 밝힌 것은 1956년 11월 선거 이후 처음입니다. 최근 선거인 2019년 7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 99.98%가 투표에 참가한 가운데 100% 찬성률을 보였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반대표 보도는 북한도 반대가 가능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나타내려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상 100% 통합된 체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반대표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일단 북한에도 반대가 가능하다, 반대가 가능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과시하는 것으로 보여지고요. 그러나 반대 비율이 0.1% 밖에 안 되는 것이거든요. 당의 제도에 절대적으로 북한 인민들이 찬성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지방인민회의 선거를 대대적으로 선전한 이유는 이번 선거를 통해 체제 결속을 의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대외적으로 인권, 특히 자유권에 대한 제약이 있다고 비판받는 상황에서 정상국가로써 자기식 민주주의를 하고 있으며 자유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실장은 이와 함께 북한 매체가 이날 투표에 참가하지 못했다고 밝힌 인구 비율에 주목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실장은 “지금까지 상시적으로 해외에 나가있는 북한 주민들의 수와 관련해 정확한 통계가 없었는데, (이날 매체 발표를 통해) 대략 10만 명 안팎이겠구나 추정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상시적으로 나가있는 인구 수준이 10만 명 안팎이겠구나 라는 것을 좀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이번 대의원 선거가 여러 가지로 매우 의미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 실장은 북한이 선거방식을 바꾼 것과 관련해서는 현장에서 가장 지지 받는 사람을 채택함으로써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등 목표를 위해 대중을 동원하려는 측면, 자력갱생 노선을 이어오면서 내핍경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민심을 달래보려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 투표율(99.63%)이 과거에 비해 다소 내려간 것과 관련해 북한 당국의 주민 통제력이 다소 약화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북한의 변화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 2019년 7월 21일 치러진 최종 투표율 99.98%에 비하면 약 8만 7500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북한 당국이 관리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미세하게나마 증대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선거를 계기로 선거자 명부를 작성하며 주민 거주 여부 등을 확인하기 때문에 명부에 등록된 이들은 자신이 법률을 준수하며 충실히 생활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투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킨다”며 “이러한 제도 속에서도 투표율이 저하된 것을 볼 때 북한 당국의 통제력이 이전보다 다소 약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반대표 보도와 관련해 “북한이 이번 선거를 ‘주권의 인민적 성격의 강화’로 선전해온 맥락에서 대중이 자기 의사를 충분히 표명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선거권 보장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어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사진으로 나왔는데 초록색 투표함이 찬성 투표, 빨간색 투표함이 반대투표였다”며 “이런 식의 (비밀 투표가 보장되지 않은) 공개 투표가 자유로운 민주국가에서 볼 때 얼마나 이상한 모습으로 비칠지 인식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매체가 공개한 김정은 총비서의 26일 룡성기계연합기업소 선거장 투표 장면을 보면 김 총비서 앞에는 녹색 투표함, 붉은색 투표함 2개가 놓여있으며 김 총비서는 녹색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습니다. 비밀 투표가 아닌 사실상 공개 투표로 진행됐다고 해석되는 장면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