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석 대표 “김정은, ‘죄수복’입지 않으려면 결단해야”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4.11.11
[인터뷰] 이제석 대표 “김정은, ‘죄수복’입지 않으려면 결단해야” 사진은 PSCORE와 이제석 광고연구소가 북한대표부 철문에 광고 포스터를 붙여놓은 모습.
/ 이제석 광고연구소 제공

앵커: 북한인권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PSCORE)과 유명 광고 제작자 이제석 대표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개한 공익 광고물 철창 속 김정은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광고를 만든 이 대표는 북한 당국을 무조건 비판하기보다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주황색 수의(죄수복)를 입고 철창에 갇힌 모습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수의에는 ‘한 명만 구속되면 수백만 명이 해방될 수 있다는 의미의 영문 글귀(ARREST ONE, SAVE MILLIONS)가 박혀 있습니다.

 

북한인권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PSCORE)이제석 광고연구소가 북한의 인권탄압에 항의하고 그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려 제작한 공익 광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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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북한대표부 철문에 '철창 속 김정은' 광고물을 붙이는 모습. / 이제석 광고연구소 제공

 

이들은 북한에 대한 유엔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현지 북한 대표부 철제문에 이 광고물을 부착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북한대표부 직원들이 출입하지 않는 틈을 타 광고물을 문에 부착했다가 떼어내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제석 대표의 말입니다.

 

[이제석 대표] 처음엔 그냥 시멘트 벽에 붙이려고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초록색 철문에 붙어 있는,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김정은의 모습이 마치 찰떡같이 어울리는 거예요.

 

광고를 제작한 이제석 대표는 광고를 본 현지인들이 우호적인 반응을 보냈다면서도, 이 광고가 김 총비서와 북한 지도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김 총비서 한 명이 태도를 바꾸면 북한 주민 25백만 명이 모두 살아날 수 있는 만큼, 옳은 결정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이제석 대표] 사실 제가 의도한 것은 김정은 총비서에게 선택지를 주고 싶었던 것인데요. 감옥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결단을 내려서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 길로 갈 것이냐 하는 건데 못 담은 부분은 후속작에 담아서 보여주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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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북한을 단순히 분풀이나 응징의 대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었다며,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광고 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한국 국민들로부터 광고로 인한 남북 갈등 우려보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 이전과 다른 점이라며, 쓰레기 풍선 부양과 러시아 파병 등 북한의 잇단 도발로부터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제석 대표] 한국에 쓰레기 풍선을 날린다든가 하는 지금 보이는 모습이 정말 유치하고 치졸한 행위잖아요? 다른 나라가 전쟁하는데 군인들을 총알받이로 내보내고, 그것도 정말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고 세계적인 전쟁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것이니까 정말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죠.

 

이 대표는 최근 만난 탈북민 청년들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 이상의 학습 능력과 적응력을 갖추고 있었다며, 북한이 이미 보유한 수준급의 인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해도 외부 정보 유입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현상인 만큼 북한 당국이 이들에게 교육 기회와 양질의 일자리,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상 국가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기자] 철창 속 김정은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제작자로서 작품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 주신다면?

 

[이제석 대표] 김정은이 벽에 죄수복을 입고 붙어있는 사진이기 때문에 특별한 설명이나 기획 의도를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메시지가 전달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무조건 김정은을 체포해야 한다, 비난해야 한다는 내용은 아니에요.

 

걱정했던 것은, 광고를 냈을 때 비판 여론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많은 국민들이 이런 퍼포먼스와 캠페인을 응원해 주시고 계십니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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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석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 / 이제석 광고연구소 제공

 

[기자] 제네바 현지 반응은 어땠습니까?

 

[이제석 대표] 제네바에 이어서 스위스 베른역에서도 가두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사람들 반응이 상당히 좋았고, 스위스가 중립국인데 이런 것에 관심이 있을까 싶었는데 보신 분들은 모두 사진도 찍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응원도 해 주시더라고요. 좋은 캠페인을 보면 적극적으로 응원을 해주는 분위기여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획을 해주신 분들의 메시지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말하자면 통역을 하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 작업은, 제가 했지만 철창에 붙여놓은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냥 시멘트 벽에 붙이려고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초록색 철문에 붙어 있는,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김정은의 모습이 마치 찰떡같이 어울리는 거예요.

 

저도 이런 작품을 만들면서는 어떤 때는 겁도 나고, 마음도 편치 않고, 남을 비판하고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뭐가 좋겠습니까? 그런데 이걸 붙이고 나니 작가의 관점에서 봤을 땐, ‘그림이 정말 잘 나왔다. 희대에 남을 그림이구나, 그래서 아직 안 보신 분은 한 번 찾아서 꼭 보셔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 정치적으로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소재로 창작을 하시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이제석 대표] 이런 작업을 할 때 가장 조심스러운 것이, 그냥 분풀이나 혼내줘야 한다는 메시지 일변도로 가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중요한 건 문제 해결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이냐 하는 고민이거든요. 대상이 되는 사람들 속을 긁어서 일만 더 커질수도 있는 것이고, 표면적으로 그냥 저 사람 나쁜 사람이다라고만 했을 땐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저희가 초기 기획 단께부터 전제를 한 것은, 어쨌든 해피엔딩’, 결말이 좋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광고가 표면상으론 누군가를 잡아 가두자, 응징하자, 이렇게 보일 수 있지만 문구를 자세히 보시면 25백만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자는 말을 하고 있거든요.

 

저희는 철저하게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한 명을 구속하면 25백만 명이 해방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익적인 측면에서 그 방향이 맞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기획하고 있는, 또 여러 차례 고민했던 많은 광고 작품들도 이런 선택을 거치거나 또 거쳤던 것이라는 바를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작품에 대해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다면?

 

[이제석 대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김정은 총비서는 무조건 나쁜 사람이다, 잡아야 할 사람이다 비판할 것이 아니고 이 사람이 옳은 선택을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독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캠페인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주목을 끌기 위한 것이었고, 대중의 시선을 잡기 위해 감옥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택해 극단적인 표현을 쓴 것입니다.

 

사실 제가 의도한 것은 김정은 총비서에게 선택지를 주고 싶었던 것인데요. 감옥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결단을 내려서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 길로 갈 것이냐 하는 건데 못 담은 부분은 후속작에 담아서 보여주고 싶은 것입니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도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모두 개방된 사회 아닙니까? 지금이라도 무기 갖고 협박하고 할 것이 아니라 개방을 하고 공정하고 경쟁해서 국제사회에서 자리매김을 하고 주민들에게는 교육의 기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튼다면 지금이라도 그 사람은 후대에는 훌륭한 지도자로 기억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는 본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지 누가 떠민다고 될 것도 아니고요.

 

[기자] 북한을 소재로 한 차기작에 담고픈 내용이 있다면?

 

[이제석 대표] 한국에 쓰레기 풍선을 날린다든가 하는 지금 보이는 모습이 정말 유치하고 치졸한 행위잖아요? 다른 나라가 전쟁하는데 국민을 총알받이로 내보내고, 그것도 정말 자국민에게도 죄를 짓는 것이고 세계적인 전쟁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것이니까 정말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죠. 그러면 안 되는 것입니다.

 

제가 탈북민들과 교류를 하며 느낀 것은, 한국 사회에 들어온 지 불과 몇 년 만에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학습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자마자 한국 젊은이들 이상으로 모든 것을 빨리 배워요. 그렇게 훌륭한 인재들이 있다면 조금만 지원해주면 북한 경제가 금방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자기 자리를 유지 하는데만 정신이 팔려있는 것이죠. 국민들이 잘 살 수 있게 하면 그 효과가 자기 자신에게 다 따라 올텐데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어리석은 정치를 그만두고 빨리 국민들에게 교육 기회, 능력을 펼칠 기회를 줘서 해피엔딩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보통 이런 캠페인을 하면 일부에선 정치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왜 북한을 비난하냐하는 지적이 늘 나왔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더라고요. 이 예민한 시국에 북한을 자극해서 좋을 것이 뭐냐고 비판하고 말리는 여론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한국 국민들도 북한에 피로감이 있고 화가 많이 나 있는 것이죠.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도, 외부 정보를 막는다고 그게 얼마나 오래 갈 수 있겠습니까? 하다 못해 중국에서라도 정보가 다 들어가는데 그것을 어떻게 막겠어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개방할 것은 개방하고 경쟁도 시작하고, 기업고 만들고 학교도 만들어서 정상 국가로 갔으면 좋겠다, 지도자 한 명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모든 사람들이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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