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투표로 대통령 뽑는 미국 선거 부럽다”
2024.11.07
앵커: 5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제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에 일부 북한 주민들이 놀라고 있습니다. 얼굴이 익숙한 트럼프 차기 대통령에 기대를 거는 주민도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이 아직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소식을 7일 오후까지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6일 밤 자유아시아방송 기자로부터 트럼프의 당선 소식을 들은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이 놀랍다”며 “인민의 지지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진정한 선거가 부럽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당국은 미국의 선거에 대해 인민의 견해가 반영되지 않고 돈이 결정하는 반인민적 선거라고 비난해왔다”며 “선거자금이 상대 후보보다 적어도 지지를 많이 받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돈이 많아도 지지를 얻지 못하면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인민의 지지를 많이 받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현직 대통령도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결론은 돈이 아니라 선거를 통한 인민의 지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우리(북한)도 선거를 하긴 하지만 후보 선출부터 결과까지 인민의 지지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이 나라는 할아버지가 해먹고, 아들이 해먹고, 이어서 손자가 해먹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당국은 우리가 대대로 ‘수령복’을 누리고 있다는 말도 안되는 선전을 해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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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선거 소식을 전해 듣고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얼굴이 알려진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됐다는 게 별로 나빠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북한) 사람들이 미국 대통령의 이름도 잘 모르지만 얼굴은 더욱 모른다”며 하지만 “트럼프는 조미(북미) 회담을 계기로 신문과 방송에 많이 소개돼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며 “당국의 입장에서도 트럼프는 김정은과 회담을 한 첫 미국 대통령”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일성도 김정일도 미국과 마주 앉으려 별의별 오그랑수를 다 썼지만 미국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며 “주민들에게 인기 없던 어린 김정은을 만나준 게 트럼프”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같은 일반 주민에겐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의미가 없다”며 “다만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돼 긴장상태가 풀리고 경제제재도 해제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북한) 당국이 핵을 가리켜 사회주의를 지키는 ‘혁명의 보검’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핵실험에 처음 성공했을 당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던 순간도 있었다며 지금은 “그 핵 때문에 우리에 대한 경제제재가 강화됐고 국제사회의 시선이 안 좋아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안면 있는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 기회를 김정은이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