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지 엿새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를 추모하기 위해 미국 뉴욕의 주유엔 북한대표부 앞 거리 이름을 '오토 웜비어 길'로 명명하는 조례안이 발의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자 조례안의 빠른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뉴욕 북한대표부 앞에서 제기됐습니다. 뉴욕에서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 현장음] 탈북민에 대한 고문을 중지하라! 구금시설을 중단하라!
16일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앞.
북한인권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의 이소연 대표는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 7주기를 맞아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과 만행을 규탄했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주유엔 북한대표부 앞 거리 이름을 속히 ‘오토 웜비어 길’로 바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이소연] 사실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자유가 보장된 미국 땅에서, 본인들이 자행하고 있는 인권 탄압 행위에 대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오토 웜비어 길'을 제정함으로써 북한 정권에 '너희는 인권 탄압의 가해자다'라는 메시지를 꼭 주고 싶은 겁니다.
버지니아 주립대학교(UVA)에 재학 중이던 웜비어 씨는 2016년 북한 관광 도중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7개월 동안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됐습니다. 그리고 그는 미국에 돌아온 지 엿새 만에 숨졌습니다.

이에 따라 공화당 소속의 조 보렐리(Joe Borelli) 뉴욕 시의원은 2019년, 주유엔 북한 대표부 건물 앞 거리를 ‘세컨드 에비뉴(Second Ave.)’에서 ‘오토 웜비어 길(Otto Warmbier Way)’로 개칭하는 조례안을 발의했습니다.
이후 조례안은 51명으로 구성된 시의회의 검토와 표결을 거친 뒤 뉴욕 시장의 서명을 통해 공식 발효될 예정이었지만, 발의된 지 5년이 지난 올해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 대표는 탈북을 시도하다 강제 북송돼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아들을 둔 엄마로서 오토 웜비어 씨의 어머니인 신디 웜비어 씨와 소통하며 북한 정권에 대한 분노에 공감했다고 말했습니다.
[ 이소연] 북한 정권에 의해 아들을 잃었다는 공통점 때문에 오토 웜비어 씨의 가족인 신디 웜비어 여사와 이메일을 주고받게 됐습니다. 많은 연락을 주고받던 중에 오토 웜비어 씨의 기일도 추모하면서 저도 아직 아들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회를 통해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 행위를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왔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4일 51명의 뉴욕시 의원과 뉴욕 시장, 줄리 터너 미국 북한인권특사 앞으로 ‘오토 웜비어 길’ 명명 조례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 이소연] 오토 웜비어 길로 제정해 주신다면 아마 북한대표부, 북한 당국은 서신을 주고받을 때 또는 북한대표부 이름을 쓸 때마다 '오토 웜비어 길'을 주소로 쓸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면 자신들이 오토 웜비어를 죽였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기억하기 싫어하는 '인권 탄압 행위 가해자'라는 것을 아마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날 집회에는 북한을 위한 기독교 단체 ‘뉴욕 통일광장기도회’ 등도 참석해 뉴욕 시민들에게 ‘오토 웜비어를 기억하자’는 메시지가 새겨진 손수건을 나눠주며 웜비어 씨를 추모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