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탈북민 강제송환 해명’ 유엔 요청에 “북한 내 고문 증거 없어”
2023.11.20
앵커: 탈북민 강제송환에 대한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해명 요청에 중국 정부가 북한 내 고문이나 ‘대규모 인권 침해’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이에 따라 중국 내 탈북민들에게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최근 웹사이트에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중국 내 탈북민 강제송환 관련 정보 요청에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13일 보내온 답변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현재 북한 내 고문이나 이른바 ‘대규모 인권 침해(massive human rights violations)'에 대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중국 내 탈북민들에게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사인 간에 발생한 부상과 법에 따라 부과된 처벌은 협약에 규정된 ‘고문’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협약의 확장적 해석을 피해야 하고 가입국에 새로운 의무를 부과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불법 입국하는 북한 출신인은 난민이 아닌 불법 이민자라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이들에게는 난민협약 상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의 출입국 통제 관리 관련 법에 따라 '임의적 구금'은 없다며 중국이 북한에서 온 불법 입국자 2천 명을 임의로 구금했다는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유엔의 질의에 부분적으로만 답변하며 잘못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유엔 측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 등 적법 절차가 어떻게 적용됐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는데 (중국은)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이 단순히 출경, 입경 관리법에 따라서 자의적 구금이 아니라고만 설명을 했습니다.
또 북한 내 고문 등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주장은 강제북송된 이들을 대상으로 자행된 고문, 성폭력 등에 대한 탈북민들의 진술이 증거가 아니라는 주장이라며 중국 정부가 북한 내 인권침해에 대해 아무런 공감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유엔 자의적구금실무그룹,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강제실종실무그룹, 이민자인권특별보고관, 여성폭력특별보고관, 여성차별실무그룹은 지난 7월 18일 중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7월 초 기준 최소 2천 명의 북한 출신인이 중국에 임의적으로 구금됐으며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면 이들이 강제송환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 정부에 이에 대한 추가 정보와 입장을 요청하면서 관련된 개인들의 구금에 대한 사실관계와 법적 근거, 이들의 범죄 혐의, 그리고 이들이 적법 절차를 거칠 권리, 특히 스스로 선택한 법적 방어를 받을 권리가 존중됐는지 여부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더해 이들의 강제송환이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과 고문, 자의적 구금, 강제실종의 완전한 금지 관련 국제법이 규정한 중국의 의무와 어떻게 양립될 수 있는지 설명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중국은 지난 9월 탈북민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을 보낸 후 지난달 북송을 강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달 11일 중국 내에서 탈북민 구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복수의 시민단체를 인용해 중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인 지난달 9일 북중 접경지역 세관을 통해 탈북민 수백 명을 북송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 통일부는 지난달 13일 다수의 북한 주민이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그 중 탈북민, 환자, 범죄자 등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