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남녀평등권’ 선전에 싸늘한 북 여성들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23.07.31
당국 ‘남녀평등권’ 선전에 싸늘한 북 여성들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 모습.
/연합

앵커: 북한 당국이 ‘남녀평등권’ 법령 발포(7.30) 77주년은 여성의 존엄과 권리가 향상된 3대 수령 업적의 역사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여성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1946년 7월 30일 북한은 여성의 선거권과 피선거권, 강제결혼 반대와 이혼의 자유 등을 보장한다는 ‘남녀평등권’ 법령을 제정했습니다. 1987년 12월 ‘남녀고용평등법’을 제정한 한국보다 41년이나 앞섰지만 북한 여성들은 생존권도 보장이 안돼 인권 상황이 최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3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여성의 삶은 한마디로 불쌍하다”며 “장사하며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도 힘든데 도로 청소와 농촌지원 전투 등 무보수 노동이 없는 날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도 당국은 남녀평등권법령 발포(7.30) 77돌을 맞으며 선대수령들과 최고존엄(김정은)의 사랑이 있어 여성들의 존엄이 높아지고 운명이 전환되었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봉건적 구속에서 여성들을 해방시켜 보람찬 삶을 누리도록 해줬다는 당국의 선전에 여성들은 ‘보람찬 삶이 어디에 있냐’며 오히려 봉건시대 여성보다 더 고달픈 처지”라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해마다 당국은 남녀평등권 법령 발포일(30)이 다가오면 여성들에게 인간다운 존엄과 행복을 안겨준 당에 충성하자고 선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에 여성들은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인간다운 존엄은 고사하고 자고나면 식량 걱정에 사회노동과 세부담까지 이어지고 있어 살아가는 자체가 고통스런 삶”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당국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떠메고 나가야 할 여성들은 남편 공대 잘하고, 아이를 많이 낳아 인민군대에 보내는 아내와 어머니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남성(남편) 세대주를 국영공장에 매일 출근하도록 종속시켜 놓고 가족 식량을 공급하지 않으니 여성(아내)들이 장마당 장사로 생계를 책임지고 ‘세대주’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동시에 남편공대와 양육, 가사노동과 무보수 사회노동까지 이중, 삼중고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북한 여성들의 인권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그런데도 당국은 어제(7.30) 하루종일 텔레비죤과 방송에서 남녀평등권 법령 발포 77돌은 ‘수령복’을 누리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권리와 존엄이 향상된 역사라는 선전을 이어가 여성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2021년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양강도 혜산시에서 2017-2019년 탈북한 기혼남녀 60명(남여 각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북한에서 가사 분담의 68%는 ‘아내가 전담한다’, 또 '주로 아내가 한다'가 13%로 전체 80% 이상이 여성이 가사일을 떠맡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 북한인권증진센터의 이한별 소장은 3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서는 ‘여성은 꽃이라네’라는 노래를 띄우며 여성의 위상을 선전하고 있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가정의 생계가 여성들의 어깨에 놓여지게 되면서 과거보다 인권이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장은 이어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여성들을 비사(비사회주의 규정) 명목으로 통제하고 있는 사법기관 간부들의 성차별적인 비하발언과 심지어 폭행으로 이어지는 인권유린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며 “생존권이 우선 해결되어야 (북한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 내 여성 인권 유린이 심각하다며 탈북민들의 증언을 인용해 '여성들은 ‘꽃’이라고 불리고 여성의 외모, 옷, 미용, 화장 방식은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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