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탈북 청년들 “젊은 시각으로 통일 이끌 것”
2024.07.26
앵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탈북 청년들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통일에 대한 논의에 젊은 탈북민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이들을 자민 앤더슨 기자가 만났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 청년 10명이 워싱턴 DC와 뉴욕을 방문해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치, 외교, 공학, 정보통신(IT), 문학, 금융 등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으며, 북한의 변화에 기여할 방법을 모색하는 청년 탈북민들입니다.
이번 총회를 주도한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은 25일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국제 감각을 익힌 탈북민들이 북한의 끔찍한 인권 상황 폭로를 넘어 이제는 대북 정책에 대해 직접 의견을 제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총회 기간 동안 미국과 국제사회의 시각을 파악하고 논의하기 위해 미 정부와 의회 인사들·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미국 시라큐스 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안보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이수 중인 안성혁 씨는 24일 줄리 터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드루 아버세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국장을 만나 탈북민들의 비자 발급과 망명 절차 간소화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안성혁 씨: 통일을 준비하는 많은 탈북민 청년들이 한국에 있잖아요. 그 청년들이 더 큰 세계 미국에 와서 정치인도 만나고 공부도 하고 싶어하는데 관광 비자도 거절당하는 현실입니다. 이것을 (개선해 달라고) 국무부에 제안했는데 관련해서 법률을 제정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 지금은 탈북민들이 미국으로 바로 올 때 (다른 여러) 망명 신청의 하나로 들어가 있는데, 북한을 따로 빼서 망명 신청을 받아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2022년 통일인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전체의 53.4%로 2014년 이후 역대 최저치에 달했습니다.
특히 청년 세대인 20대는 39.1%가, 30대는 42.4%만이 통일에 찬성했습니다.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김금혁 씨는 통일에 대한 논의에 더 많은 청년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청년 탈북민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금혁 씨: 현 시점에서 통일을 논의하고 미래를 준비한다고 하시는 분들의 나이대가 대부분 5~60대십니다. 위원회가 예를 들어 30명이면 최소 그중에 10명은 20대, 30대 전문가들로 채워줘야 젊은 세대에 소구력이 있고 보다 현실적이고 접근 가능한 정책들이 나와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제가 비판적으로 얘기를 합니다. 다행인 것은 저의 이런 비판이 (위원회에서) 대부분 수용된다는 점입니다.
그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북한에 대해 잘 모르고, 모르는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며 “막상 한국 청년들과 가까이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를 하면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MZ 세대의 탈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22년 한국에 입국한 MZ 세대 탈북민의 수는 34명으로 50.7%, 2023년에는 99명으로 50.5%를 기록했습니다.
김금혁 씨: 저희가 장마당 세대로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최근 탈북한 MZ세대) 친구들은 저희보다 훨씬 더 외부 문물에 민감하고 북한 체제에 대해 비판적이고 과감한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 혹은 김주애 후계자설과 관련해 북한 내 MZ세대들이 아주 냉소적으로 반응하고, 잘 파악하고 있다는 증언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민들의 눈빛과 성장 욕구를 보고 희망을 느꼈다”고 덧붙였습니다.
탈북민 청년들은 드라마나 K-Pop 등의 유입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동의하지만, 이는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에 눈을 뜨게하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는 9월부터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앞두고 있는 장은숙 씨는 “탈북 전 외부정보를 통해 북한이라는 나라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했지만, 그 비판적인 관점이 지도자를 향하지는 못했다”면서 정보의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은숙 씨: 북한 사람들은 김씨 가족을 우상처럼 섬기다 보니까, 그 가족에 대한 반감이 들게되면 북한 내에서도 혁명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한류나 문화 콘텐츠의 유입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을 틀 수 있는 물꼬인 것 같고요, 정보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 올바른 역사에 대한 것도 필요하고요. 북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했을 때 주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지도자에게 반감이 들 수 있는 단계가 되면 희망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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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청년지도자총회는 올해가 두번째입니다.
이현승 씨는 매년 총회를 열어 북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배우고, 동시에 국제사회에 탈북민 청년들의 관점을 전달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현승 씨: 작년과 같은 점이 있다면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고 발전이 없다는 것입니다. 꾸준하게 변화가 없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실망스럽습니다. 작년과 다른 점이라면 여러번 만나니까 사람들이 우리가 다른 생각을 가진 것을 존중하고 들으려고 합니다. 이번에도 브루킹스 연구소 들렀는데, 북한 정권의 기본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교류를 통해서 그들을 설득했습니다.
이현승 씨는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이나 북한에 대한 인식이 매해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이러한 프로그램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탈북 청년들은 31일까지 미국에 머물며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차석대사 면담, 한국 유엔 대표부와의 간담회, 워싱턴 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헌화 등의 활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