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 사망 군인 비밀리 화장후 유족에 유골과 ‘전사증’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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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코로나 사망 군인 비밀리 화장후 유족에 유골과 ‘전사증’ 지난 2020년 10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행사에서 마스크를 쓴 군인들.
/AP

앵커: 북한당국이 코로나로 사망한 군인들의 시신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화장한 다음 유족들에게는 유골함과 ‘전사증’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들은 당국의 처사에 분노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4월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열병식 직후 코로나로 확진된 열병식 참가 군인들은 평양에 있는 격리시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중증환자 수백명이 사망했으며, 사망자는 즉시 오봉산 화장터에서 화장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평양 낙랑구역에 자리하고 있는 오봉산 화장터는 1999년 설립되었으며 공식 명칭은 ‘오봉산봉사사업소’로 알려졌습니다. ‘오봉산봉사사업소’는 평양에서 사망한 시민을 위한 화장터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코로나로 사망한 열병식 참가자들을 화장한 이후에야 해당 유가족들에게 사망한 군인이 열병식 행사를 성과적으로 보장하고 급성기관지염으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고 소식을 알리고 유골함과 함께 ‘전사증’을 수여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유골함과 전사증을 받아든 유가족들은 갑작스런 소식에 오열하며 국가에서 수여하는 ‘전사증’과 유골함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온 후 한달 반이 지났는데도 열병식 행사를 위해 젊은 군인들을 죽음으로 내몬 당국에 대한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양시의 또 다른 소식통은 “평양에서 진행된 열병식(4.25)에는 전국의 각 군부대간부들과 군인들, 대학생 등이 10만 명 이상 동원되었는데, 이중 평양 주재 군사대학 대학생들이 많이 참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때문에 평양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열병식 참가자들 중에는 평양에 있는 군사대학 재학생들이 많다는 말을 수도방역위원회의 간부로부터 들었다”면서 “당국은 코로나 사망자 시신을 비밀리에 평양 오봉산 화장터로 운반해 화장하고 유가족들에게는 유골함과 ‘전사증’을 수여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원래 ‘전사증’은 국가적 행사로 공개 수여식을 진행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당국은 열병식 참가자들 중 코로나로 사망한 군인들의 숫자를 비밀에 붙이느라 사망자의 유족들만 조용히 불러 유골함을 전달하고 ‘전사증’을 수여한 것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코로나로 사망한 평양 주재 군사대학 학생들의 유가족들은 아들의 전사증을 받아들고 오열할 뿐 아무 말도 못했지만, 1호행사로 요란하게 진행된 열병식 때문에 생떼 같은 아들이 죽었다는 생각에 지금도 당국을 원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로 사망한 군사대학 대학생들에게 ‘전사증’을 수여한 것은, 열병식행사를 전투훈련으로 간주하면서 군사대학 학생들이 군인증을 갖고 열병식행사에 참가했다가 사망했으므로 ‘전사자’의 명예를 부여함으로써 유가족과 주민 불만을 잠재우려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북한에서 ‘전사증’은 전쟁이나 전투훈련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군인들에게 수여하는 국가 증서입니다. 전사자 유가족에게는 국가에서 우대 물자를 공급하고 간부사업(인사) 등에서 혜택이 주어지게 되어있지만, 경제난 이후 전사자 가족에게 공급되던 우대 물자는 사라지고 간부사업에서도 뇌물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바람에 ‘전사증’의 가치는 휴지조각에 다름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고위간부 출신의 한 탈북민은 “일반 건설장에서 군인들이 일하다 사망할 경우 노동안전 사고로 처리 되고 말지만 최고존엄이 직접 추진하는 평양살림집건설장 등에서 군인들이 일하다 사망하면 ‘전사증’을 수여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코로나로 사망한 열병식 참가자들에게도 ‘전사증’을 수여한 것은 열병식을 벌려놓고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수뇌부에 대한 주민 불만을 무마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전국에서 코로나19로 의심되는 신규 발열 환자 수는 4천570여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북한 측 주장대로라면 일주일째 1만 명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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