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알곡이라도” 북 주민들 절박한 이삭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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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식량부족으로 시름이 깊은 북한 주민들이 한 알의 알곡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협동농장의 논밭을 돌며 이삭줍기에 나서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 단천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4일 “최근 여기저기에서 ‘돈벌이가 전혀 안된다’, ‘먹을 식량이 떨어졌다’는 주민들의 아우성이 들린다”며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주민이 가을걷이가 끝난 협동농장 논밭을 돌며 이삭줍기를 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모이면 올해 농사 작황이 좋지 않아 내년에 식량 사정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말들을 많이 한다”면서 “추운 겨울이 닥쳐왔지만 식량과 김장, 땔감 등 겨울 나이(겨울 나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주민이 너무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3일 북한 당국도 관영 노동신문을 통해 "올해 농사결속을 위한 사업은 예년에 없이 불리한 조건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온 한해 불리한 기상기후조건이 지속되면서 이삭 여물기가 늦어지고 가을철에 많은 비가 내려 농기계 이용에 난관이 조성된 것을 비롯해 막아서는 시련과 도전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생활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한 알의 식량이라도 보태기 위해 이삭줍기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 인민반 21세대(가구) 중에 거의 절반에 달하는 집들이 농장에 이삭 주우러 다닌다”며 “학생인 두 아이와 연로한 조부모까지 온 가족이 나서서 이삭줍기를 하는 집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농업당국의 조치에 따라 농민들과 지원자들이 이미 논밭을 샅샅이 훑으며 이삭을 주운 터라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논밭을 헤매도 이삭 1kg을 줍기 어렵다”며 “운이 나쁘면 점심도 못 먹고 종일 힘들게 주운 이삭을 농장원들에게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어떤 여성들은 조금이라도 이삭을 더 줍기 위해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의 논밭을 찾아 다닌다”며 “자기가 이삭을 줍고 있는 주변에 다른 사람이 오면 딴 곳에 가라고 소리치기도 하고 서로 먼저 차지한 논이라며 말다툼을 벌이기도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부 주민들은 쥐가 물어다 숨겨놓은 낱알을 찾기 위해 삽과 호빠(괭이)를 들고 쥐굴(쥐구멍)을 찾아 헤맨다”며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너도나도 이삭줍기에 나선 것은 ‘고난의 행군’ 이후 처음 보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명간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14일 “일반 주민은 물론 지금껏 장마당 장사로 생계를 해결하던 여성들도 이삭줍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달 초 읍 협동농장을 비롯해 각 농장들이 가을배추 수확을 한 날 밤, 밭에 떨어진 시래기를 주우려 많은 주민이 몰려왔다는 말을 들었다”며 “벼 수확이 끝난 지금 아이들, 여성들, 노인들이 논밭을 돌며 이삭줍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시장에서 아무 장사라도 하면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었는데 작년부터는 장사 형편이 그렇지 못하다”면서 “어떤 장사꾼(상인)들은 한 푼도 벌지 못하는데 어떻게 장세를 내겠냐며 차라리 이삭을 주우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명간군처럼 작은 시골 군 장마당은 물건을 사러 오는 주민보다 물건을 파는 상인이 더 많을 정도이다”라면서 “다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렵다고 하는데 앞으로 살아갈 일이 정말 걱정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앞서 지난달 미국 농무부는 올해 북한의 쌀 생산량을 지난해와 같은 136만 톤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지난 8월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식량 부족량을 연평균 80만톤 내외로 추정했고, 이에 앞서 5월 미 중앙정보국(CIA) 역시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2~3달치분에 해당하는 86만톤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