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이 오는 21일 북한에 억류된 국민의 가족을 만날 예정입니다. 북한 억류자가 발생한 이후 통일부 장관이 억류자 가족을 면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이 오는 21일 북한에 억류된 국민의 가족들을 면담합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권 장관이 북한 억류자 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정부의 문제해결 의지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대변인은 또 “정부는 북한 억류자 송환은 자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책무로 반드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다각적인 경로를 활용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중훈 한국 통일부 대변인 :앞으로도 가족 면담과 위로를 비롯해서 남북회담 및 국제사회 협조 등 다각적인 경로를 활용해 생사확인, 면회, 석방 및 송환 등 억류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부 차관이 명절 등을 계기로 북한 억류자 가족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통일부 장관이 면담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통일부는 앞서 지난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산가족ㆍ국군포로ㆍ납북자ㆍ억류자 문제는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해결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에 10년째 억류되어 있는 김정욱(59) 선교사의 친형 김정삼 씨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지난주 통일부의 면담 제의를 받고 기뻤다”며 “정부에 김 선교사의 생사확인, 석방ㆍ송환 등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이어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이고 힘을 써야 상황이 진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권 장관이 대통령에게 억류자 문제를 보고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의 친형 김정삼 씨 :지금까지는 아직 통일부 장관을 면담하지 못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이제 면담 시도가 되니까 너무 감사드리고요. 북한 억류자들의 석방 후 송환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이제 신경 써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런 부분들에 힘을 써주셔야 더 크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이밖에 김 씨는 지난 2014년 김 선교사가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는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 이후 여전히 아무런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북한에 억류된 국민은 6명입니다.
김정욱 선교사는 2008년부터 중국 단둥에서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선교 활동을 하다가 2013년 10월 평양으로 향하던 중 북한 당국에 체포되었으며 올해로 10년째 억류된 상태입니다.
이후 김국기(68), 최춘길(63) 선교사가 선교 활동 중 체포돼 김 선교사와 같은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으며 고현철(59) 씨 등 한국 국적을 취득한 3명의 탈북민도 2016년부터 북한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해서 억류자 송환을 포기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당장의 송환이 어렵다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억류자와 가족들의 상봉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태 의원은 지난 5일 김정삼 씨를 국회에서 만난 자리에서는 “미국은 북미대화 때마다 항상 첫 번째 의제로 제시하는 것이 억류된 자국 국민을 돌려보내달라는 것”이라며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5일):정말 그게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다른 나라는 북한과 대화할 때 모든 걸 다 제쳐놓고 국민을 데려오는 게 첫 번째입니다. 미국도 그랬고 캐나다도 임현수 목사님도 그래서 데려갔고. 그런데 우리 정부는 북한과 대화하면 앞에 평화 이벤트 이런 것을 자꾸 하고요. (우리 국민을 찾아오는 것은 항상 뒷전이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김 선교사가 구금되어있는 2013년 10월부터 10년 동안 자국민 억류자 10명을 본국으로 송환했습니다.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는 2017년 8월 31개월의 강제 억류를 마치고 석방된 바 있으며 미국의 경우 2018년 5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이 1년여 간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김학송, 김상덕, 김동철 씨를 구출해 온 바 있습니다.
태 의원은 지난 9월 26일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가운데 처음 두 번만 김정은에게 억류자 송환을 요청했고 세 번째인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는 송환 요청을 비롯해 생사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도 최근 이 사안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4월 발표한 ‘2021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김원호, 고현철, 함진우 씨가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하며 한국인 억류자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8월 서울에서 대북인권단체 등을 만나 억류자 문제에 대해 경청했고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제77차 유엔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여성ㆍ억류자 등 취약 계층의 상황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이번달 민간단체가 신청한 보건의료 분야 1건, 영양 물자 관련 1건 등 총 2건의 반출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내 민간단체가 신청한 대북 지원물자 반출은 3개월 연속 승인됐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앞으로도 민간단체에서 신청이 들어오면 조건에 부합할 경우 지속적으로 승인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