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나 북한에 생활하면서 고문이나 인권탄압 등 북한당국으로부터 인권유린행위를 당한 탈북자나 북한주민들은 북한정권과 김정일 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파라과이 정권의 정치적 반대자의 아들이었던 조엘리토 필라티가(Joelito Filatiga)는 1976년 경찰의 심한 고문을 받다가 17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4년이 지난 1980년 미국연방순회법원에서 조엘리토의 누나 돌리 필라티가 (Dolly Filatiga)씨는 고문에 가담했던 경찰관 페나 아랄라 (Pena-Iral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습니다. 그리곤 소송에 이겨 손해배상을 받아냈습니다.
파라과이의 필라티가씨의 경우는 탈북자나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 피해자 등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즉 고문과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행위에 대해 외국인들이 미국 법정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외국인 불법피해자를 위한 배상청구법 (Alien Tort Claims Act)’입니다.
이 법에 따르면, 원고, 즉 피해자가 피고, 즉 가해자를 상대로 초기소송 (initial filing)을 제기합니다. 소송이 제기되고 난 후, 피고는 고소기각을 법원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피고의 이 요청이 기각되면, 양측은 재판에 앞서 증거 또는 사실을 제시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그런 다음에 재판이 열립니다. 판결이 난 뒤에도 피고나 원고가 재심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원고가 미국에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법률회사인 스캐든 압스 (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의 파울로 카마로타변호사가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의 소송가능여부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Paolo Cammarota: (Is that someone who's residing in South Korea? I think in that case the statutory requirement has not been met, because you have to come to the United States to file the lawsuit..)
남한에 살고 있는 분이라구요? 외국인 불법피해자를 위한 배상청구법의 법적 요구사항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소송을 제기하려면, 미국에 와야 합니다.
북한당국으로부터 인권유린행위를 당한 탈북자나 북한주민이 미국에 실제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크게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정부단체들의 도움을 얻어 여러 형태의 체제형태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국제형사재판소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등에 회부하거나, 유엔인권이사회 등에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논의되거나 시행되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침해라해도, 그 정도가 엄중하면 미국의 사법절차에 근거해, 즉결사형, 고문, 집단 학살, 납치, 강제노동 등의 죄를 물을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발표한 보고서 “북한인권보호를 위한 법적 방안 (Legal Strategies for Protecting Human Rights in North Korea)”를 작성한 카마로타 변호사는 김정일을 대상으로 소송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합니다.
Paolo Cammarota: (It can be doable. The real question is going to be, in order to sue Kim Jong Il, you really look at two factors; the first is he might claim immunity against head of state...)
김정일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집니다. 첫째, 김정일이 국가수뇌로서 주권면책을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수뇌라 할지라도 그가 반인륜적 범죄를 범했다면 그런 특권을 누릴 수 없다는 미국법이 있으니 별 문제가 못됩니다. 둘째, 김정일에 의해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한 피해자가 있느냐는 겁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법률회사인 스캐든 압스 (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는 미국에서 최고의 종합 법률회사 가운데 하나로, 이 유명한 법률회사가 보고서를 썼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와 무게를 갖는다는 것이 오늘 이 기자회견장을 찾은 미국 법 전문가들의 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