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휴먼라이츠 워치 북한담당 연구원 케이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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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진희 bonnyj@rfa.org

많은 사람들이 북한 인권문제 하면, 정치범 수용소나 관리소의 실태, 중국 내 탈북자 등 특정한 문제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케이 석 연구원은 북한 인권문제의 핵심은, 인권유린을 불러오는 북한의 사회구조라고 말합니다. 석 연구원과 전화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출신인 것으로 아는데요, 어떤 계기로 휴먼라이츠워치에서 일을 하시게 됐나요?

원래 인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HRW에서 항상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HRW 국제인권법을 토대로 해서 논리적으로 이성적인 접근법을 추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곳입니다. HRW에서 일한 지 한 5년 되는 데요, 처음 3년간은 홍보일을 했구요, 세계 많은 나라들의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일은 안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폐쇄된 사회이고, 워낙 정확한 사실을 알아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못하고 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인권문제가 가장 열악한 나라중 하나인 북한을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치고 해서 제가 북한 담당으로 일을 하게 됐습니다.

북한인권문제 하면, 언뜻 수용소 상황, 종교자유 억압, 탈북자실태 등이 떠오르는 데요. 석 연구원님이 생각하시는 북한인권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특정한 문제가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흔히 정치범 수용소라고 부르는 관리소 문제. 저는 관리소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북한 주민 전체에게 영향을 다 미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계속 보고서를 쓰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인데요. 예를 들어 첫 번째 보고서가 북한 정부의 식량관련 정책과 이 정책이 사회취약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해 썼습니다. 식량문제는 모든 북한주민에게 미치는 아주 기본적인 인권문제입니다. 북한에서는 생활의 모든 면이 다 국가의 통제를 받도록 돼 있습니다. 통제로 인해 벌어지는 인권유린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김정일 사진이 있는 신문을 모르고 깔고 앉았다면 그것도 범죄로 취급을 받습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하고, 또 그렇게 허용돼야 하는 행위들이 범죄로 취급받고, 때문에 사람들이 관리소, 교화소, 노동단련대에 보내지고, 수용시설에서 인권유린을 당하는 문제들이 심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북한을 전문으로 다루는 인권단체들이 참 많구요, 앞 다투어 북한인권개선의 목소리를 외치면서 다양한 방법과 전략을 사용해 왔는데요, 일각에서는,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일관된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석 연구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인권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감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하고, 어떻게 하면 다같이 힘을 모아서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가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개개별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원하는 것은 결국 같습니다. 북한 사회가 변화가 개방되고 민주화되는 것을 원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북한 같은 사회를 변하게 하고 민주화하게 할 수 있는가는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무도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각자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노력하면, 노력들이 다 모여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중국 정부의 탈북자 대우 문제인데요. 최근 워싱턴에서는 중국 정부를 압박해 2008년 올림픽 전까지 중국 내 탈북자를 구해내자는 운동이 시작됐구요.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를 비판하고 압박하는 이런 전략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어떤 정부건, 단체건 간에 대화를 할 의사가 있다면 일단은 대화를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무조건 비판을 하고 나서는 것은 상대방의 대화의지를 꺾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권문제는 아주 어려운 문제고 하룻밤 새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무엇인가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 문제도 마찬가집니다. 중국 정부가 국제인권단체나 다른 정부와 탈북자 문제의 인도적인 해결을 위해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다른 쪽은 이미 많은 준비가 돼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중국 정부가 좀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나서기를 기대하고 바라는 바입니다.

미국 정부의 대북인권정책이 실제 실행되고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국에 난민지위를 받고 들어온 탈북자도 사실 소수에 불과하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 정부에서 일단은 옳은 일을 하려는 의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법도 통과를 했고. 또 탈북난민들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유일한 초강대국인 나라에서 그리고 한 해 약 5-6만 명의 난민을 전 세계에서 받아들이는 나라에서 탈북 주민들을 몇 십명밖에 안 받아 들였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죠. 미국정부로서도 미국으로 가겠다는 탈북자들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구요, 미국에서는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절차가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죠. 긍정적인 면은 미국 정부에서 태국을 포함해, 탈북자들이 머무는 아시아 국가 정부에 지속적으로, 미국으로 오고 싶어 하는 탈북자들은 다 받겠다 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난 5년간 휴먼라이츠워치에서 근무하셨고, 최근 2년간은 북한인권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셨는데요? 그간 북한인권상황에 개선이라고 하면 좀 그렇구요, 어떤 변화가 포착이 됐습니까?

지난 2년간 변화가 있었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것이 흔히 인권이 개선되는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듯 고속도로에서 앞으로 죽 나가듯이 발전을 한다기 보다는 계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단 중에서도 앞으로 두 걸음 갔다고 치면, 뒤로 한걸음이나 반걸음 정도 가고, 짧은 시간으로 딱 잘라서 보면 오히려 후퇴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전체로 보면 북한의 경우, 90년대 기근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북한은 굉장히 다른 사회입니다. 북한 정부에서 인권상황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지가 있어서 변화가 있었다기 보다, 기근으로 인해 내부적인 통제가 많이 약해졌고, 그로 인해 중국으로 간 사람들이 많았고, 중국에 갔다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온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외부 세계를 경험하고 이전에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았던 자유를 경험했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 한 많은 활동들이 결국은 그 사람들에게 많은 자유를 누리게 하는 촉진제가 됐습니다. 북한이 여전히 압박이 심하고 인권유린이 심한사회지만 10-15년 전하고 비교하면 사람들이 훨씬 더 운신할 폭이 넓어졌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