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김윤규 부회장, 남북협력기금 유용 논란

현대 아산의 김윤규 전 부회장이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억 원대의 회사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한정부가 금강산관광사업을 위해 지원한 남북협력기금도 유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련소식을 이규상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먼저 이번 사건이 어떻게 불거지게 된 것인지 소개해 주시죠.

금강산 관광을 실시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지난 7월에 내부 감사를 벌인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김윤규 전 부회장이 금강산 옥류관 공사에 따른 리베이트, 즉 시공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또 회사 신용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했으며, 자신과 특수 관계에 있는 여행사에게 특혜를 주었던 사실들이 드러났습니다.

현대그룹의 내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금강산 부대시설인 온정각과 기타 숙박시설들을 자신의 친지나 주변사람들에게 특혜 분양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김 부회장은 금강산 골프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도 관련 업체로부터 떡값 명목의 자금을 받았고, 자신의 가족들과 관련된 행사에도 회사 돈 수 천 만원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김윤규 부회장이 공사를 구분하지 않고 회사 돈을 함부로 다루자 혹시 남한 통일부가 현대아산이 운영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위해 지원한 남북협력기금도 유용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김윤규 부회장이 유용한 공금의 규모가 얼마나 된다고 합니까?

현대그룹이 공개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김윤규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으로 유용한 회사 돈은 약 11억 2천만 원, 미화로는 백만 달러가 넘는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정부가 금강산관광사업을 위해 남북협력기금에 쏟아 부은 금액은 한국관관공사를 통해 지원한 900억 원과 중고교생 금강산 체험학습 경비 보조금으로 228억 원 그리고 금강산 지역 도로 포장사업 등으로 27억 원 등 미화로 치면 모두 1억 달러가 넘는 액수인데요. 이중 일부가 김윤규 전 부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김윤규 전 부회장이 이렇게 현대의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밝혀지면서 혹시나 국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남북협력기금에도 손을 대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러한 의혹에 대한 남한정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남한 통일부는 김윤규 전 부회장이 남북협력기금에까지 손을 댔다는 혐의에 대해 이러한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일축하는 한편, 국민들의 세금이 연관된 사건인 만큼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통일부는 남한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한국 관광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그리고 조달청 등을 통해 집행했으며 현대 아산에 직접 기금을 지원한 적이 없다며, 이번 사건과는 거리를 두려는 눈치입니다.

통일부는 또 현대 아산이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고전하고 있을 당시 900억원이 협력 기금에서 지급됐었지만 이 돈은 한국관광공사가 현대로부터 금강산 관광시설을 구입하는데 사용했기 때문에 기금 자체가 유용될 일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남한 중고교 학생들의 금강산 관광경비 보조를 위해 지원된 돈과 금강산 관광지구내 도로 포장을 위해 지급된 비용도 역시 수출입 은행과 조달청 등을 통해 집행했기 때문에 현대 측에 직접 지원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 감사원은 이번 사건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만간 남북협력기금 집행실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 측은 김윤규 부회장이 금강산관광사업을 위해 지원된 남북협력기금도 유용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김윤규 전 부회장의 남북협력기금 유용 가능성은 현대측에 의해 제기된 것인데요. 현대 측은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된 금강산 도로 포장사업에서 생긴 돈이 김 전 부회장의 비자금으로 흘러 들어갔을지 모른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현대 측은 또 현대 내부 감사에서 김 전 부회장이 대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거나 전횡을 한 부분들이 상당수 적발 됐다면서, 현대는 대북사업에 대한 도덕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해 김 부회장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현대의 대북관광 사업의 향방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일단 김윤규 전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현정은 현대 회장과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앞으로 현대의 대북사업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김 전 부회장의 해직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보이면서 금강산 관광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형태로 현대 측에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 측이 김윤규 부회장의 경질에 대해 납득을 하고 새로운 협상창구를 받아들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남한정부도 이번 남북경협기금 유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앞으로 남한의 민간기업들의 대북사업을 지원하는데 있어 투명성 더욱더 강화할 전망입니다.

이규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