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기획보도: 정보통신과 북한의 개방 - 3회


2005.03.29

자본주의사회에서 사회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과 정보의 공유를 위해 가장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폐쇄적인 북한에서도 비공식적으로 도입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중국 국경 지역에서 휴대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전자우편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보도해 드리는 주간기획 “정보통신과 북한의 개방", 오늘은 그 세 번째 순서로 중국, 러시아 등에 숨어 지내는 탈북자들과 국경지방의 북한 주민들이 북한당국 몰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아봅니다. 진행에 이진희 기자입니다.

남한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수는 6천명 이상으로 늘었으며, 이 중 상당수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과 휴대전화를 이용해 서로 소식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은 미리 시간을 정해 놓고 휴대전화를 소지한 사람들 통해 정기적으로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북한의 가족들 역시 중국산 휴대전화만 있으면 중국인 교환원을 통해 남한에 있는 가족에게 수신자 부담전화를 걸 수 있다고 합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현재 남한에서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안혁 씨의 말입니다.

안혁: 지금 북한 국경에서는 중국 핸드폰을 가지고 직접 통화를 다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가족들에게 핸드폰을 사줬기 때문에 가족들은 그것을 몰래 숨기고 있다가 그것으로 한국으로 전화 통화하고 북한 소식도 전해주고 그럽니다.

8년 째 탈북자를 돕는 운동을 하고 있는 신동철 목사도 탈북자가 북한의 가족과 전화하는 것을 늘 상 목격한다고 말합니다.

신동철: 내가 가까이 지내는 탈북자가 늘 전화를 주고받고 있어요. 오늘 낮에도 어디 갔다가 바로 눈앞에서 전화하는 것을 보고. 요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봐요, 북한하고 전화하는 모습을.

신동철 목사는 국경지방을 따라 휴대전화는 이미 넓게 보급이 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통신수단으로 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찍는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남한과 중국에서는 휴대전화로 비디오를 찍을 수 있는 기능까지 포함된 전화기 종류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 목사는 남한에 전화를 거는 것은 물론 약간의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남쪽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김장은 했는지, 날씨가 추운 데 감기는 걸리지 않았는지 등 사소한 얘기들을 주고받는 다고 말합니다.

신동철: 동영상 같은 것을 찍는다던지, 쉽게 말해 지금 국경지방 50km 안쪽까지 산에 올라가면 (휴대전화가) 다 되거든요. 거의 그냥 일반적인 통신수단이 됐어요. 다만 항상 켜 놓고 있지 못하고 특정한 시간에 켜 놓는 다든지, 그 쪽에서 켜서 이쪽에다 전화를 하면 보통 컬렉트콜로 하거든요, 수신자 부담으로. 그러면 이름만 쭉 들어도 북한에서 왔구나 알고, 전화 안 받습니다. 수신자 부담 안 받는다고 하고 이쪽(남쪽)에서 걸죠. 그렇게 해야 요금이 싸게 나오니까.

그렇게 보통 통신을 하는데 그냥 모든 목적으로 다 써요, 전화라는 것을. 어떤 때는 시시콜콜한 얘기 할 때도 많아요. 북한하고 통화하면서 어떤 용무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고 며칠 만에 한 번 씩 전화해서 별 얘기 다해요.

북한 당국은 지난해 4월 말 용천 기차역 폭발사고가 난후,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사고를 낸 세력들이 모의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을 알아내고는 휴대전화사용을 전면금지한 것으로 탈북자들은 전했습니다. 또 용천폭발 사고가 삽시간에 외부에 알려진 것도 용천지역에 있던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사고 소식을 외부에 알렸기 때문이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여행을 다녀왔거나 북한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당국의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북한 주민들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 신문은 지난 15일 북한주민들이 당국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휴대 전화를 인근의 개인 텃밭 같은 곳에서 사용한 후 땅속에 묻어 버리는 사례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당국의 엄격한 감시에도 불구하고 휴대 전화 사용을 피하지 않고 있는 것은 휴대전화가 식량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 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 기독교대에서 한국 현대사를 가르치는 니시오카 쓰토무 교수는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중국 내 암시장에서 거래하려면 휴대전화가 필수품이기 때문에 당국이 금지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를 계속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남한 언론에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보다 휴대전화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탈북자들입니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 국경에 숨어 지내건, 제 3국을 거쳐 남한 행을 시도하려고 하던, 또 러시아에 노동자로 파견됐다 입국을 거부하고 숨어 지내건 간에, 휴대전화는 탈북자들에게는 유일한 통신수단이 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합니다. 특히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은 남아있는 일행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도 휴대전화가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최근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현부흥 군과 가족 등 일행 6명은 중국을 탈출해 동남아시아 국가에 도착해 남한 행을 기다리는 동안 휴대전화로 자유아시아방송에 위험스럽고 고된 탈북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현부흥: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지금 사먹어요. 제일 힘들었던 것은 신분이 안 된다는 것이죠. 검문소 국경 넘을 때 신분을 정확히 밝혀야 할 때서 못 밝히고 돌아다니는 것이 제일 힘든 점이었죠. 그것 때문에 사실 이 길을 가고 있지만... 금방 설이 되면 여기도 검사를 해서 다 쓸어버린대요. 최대한 빨리 떴으면...

휴대전화를 이용해 외국공관 진입에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건설현장에 파견돼 러시아어 통역관으로 활동했던 황대수 씨는 지난 2003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귀국을 거부하고 숨어 지내다 2004년 11월, 남한 영사관에 진입해 망명을 강행했습니다.

당시 영사관 측은 황 씨를 도와줄 수 없다며 그를 영사관 건물 밖으로 쫓아내는 등 냉대를 했다고 신동철 목사는 전했습니다. 이후 황 씨는 남한에서는 핸드폰이라고 부르는 휴대전화를 들고 몰래 영사관으로 다시 진입한 후 신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영사관 측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도록 조취를 취했습니다.

신동철: 제가 중고 핸드폰을 사줬는데, 제가 (황대수 씨한테) 그걸 계속 켜놓고 들어가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일단 황대수 씨가 들어갔어요. 제가 시간계산을 잘못해서 이미 들어간 다음에 전화를 했어요. 그 사람이 나한테 전화할 수 있는 형편은 못됐고. 핸드폰이 먼저 돈을 내야 되는 pre-paid였거든요.

영사관 측은 대화내용이 언론에 알려져 파장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황 씨를 영사관에 체류하도록 했고, 황 씨는 지난해 12월 18일 서울에 들어간 것으로 신동철 목사는 확인해 주었습니다.

이처럼 탈북자 들 뿐만 아니라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도 퍼져나가고 있는 휴대 전화로 북한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한 북한 당국은 최근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검열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회령시와 무산시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가 당국에 적발된 주민들은 장진과 부전 쪽의 내륙지방으로 강제 추방당하고 있다고 한 남한의 탈북지원 단체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주간기획보도, “정보통신과 북한의 개방”, 다음 주에는 북한 당국의 대대적인 휴대전화 통제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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