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고영환씨]“북한, 통미봉남 전략은 오산”

미국이 북한에 식량 50만 톤을 지원키로 하고 북한이 미국에 핵 신고 문제와 관련해 적극 협력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등 양국 간 관계가 가까워지고는 있지만,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그리고 인권 문제 등으로 인해 미북 간 관계정상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의 외교관 출신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고영환 연구위원이 전망했습니다.
서울-박성우 xallsl@rfa.org
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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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남한을 배제한 체 미국하고만 소통한다는 ‘통미봉남’ 전략을 펴는 것은 오산이며 결국 식량지원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성우 기자가 고영환 수석연구위원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게 미북관계인데요, 미국과 북한이 상당히 가까워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바라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모든 해결의 중심고리가 미국이다, 그러니까 북한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를 보면 북한위주로 남북통일을 하는 것인데 여기에 미국이 걸림돌이 되고 경제재건을 하는 데에도 미국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의 관계해결을 원하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미군이 철수하게 만들고 남북한이 통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미국이 북한에 걸어놓고 있는 경제제재를 풀어서 외국의 자본을 받아 들여서, 특히 일본계 자본을 받아 들여서 경제를 재건하자.. 그러자면 미국과의 관계를 해결하자, 이것이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을 원하는 기본 본질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을 ‘원쑤’ 라고 표현해 오지 않았습니까? ‘원쑤’인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북한 당국이 현 상황에 대해 북한 주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체제를 지탱해 온 두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반미주의와 주체사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수십 년 동안 북한체제를 끌고 왔는데 미국과 관계가 개선됐다.. 그래서 미국대표부가 설치되고 미국의 성조기가 휘날린다.. 이것이 북한사회에 충격을 줄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틀림없이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미국이 닉슨정부시절 중국에게 항복하고 중국하고의 관계를 개선했던 것처럼 부시대통령이나 후임대통령이라도 장군님의 영도력 앞에 무릎을 꿇고 ‘우리가 그동안 잘못했다’, ‘우리하고 관계를 개선하자’ 고 했다고 말하면 정보가 제한된 북한주민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워싱턴과 평양에 각각 대표부가 생긴다면 이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미국 대표부가 생기더라도) 북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북한에 들어와 있는 러시아, 중국 대사관들도 활동에 제약을 받거든요. 그런데 미국 대표부는 아마도 많은 감시를 받게 될 겁니다. 그렇지만 미국 대표부나 대사가 성조기 배지를 달고 평양시내를 다니면 그 나름대로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북한에 들어올 미국 대표부의 비중이 얼마나 높을진 모르겠지만 워싱턴에 나가게 될 북한대표부의 비중보다는 작을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이 평양에 있는 대표부에 거물급 인사를 보내진 않을 겁니다. 저의 외교관 경험으로 봐서는.. 그런데 북한은 미국에 거물급 인사를 보낼 겁니다. 그래서 워싱턴을 통해서 양국 간에 더 많은 얘기가 오고 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됩니다.

앞으로 북핵문제가 해결이 되면 미북간 핵심현안은 인권문제가 될 것이다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연구위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그러니까 미국의 가치관에 대한 문제겠지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그리고 북한체제 입장에선 가장 아픈 부분이고.. 그러나 그 이전에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풀려나갈 것이냐 하는 것도 의문이 듭니다. 아마도 첩첩산중일 겁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양국 간 밀월관계처럼 보이는데.. 핵자료 넘겨주고 테러지원국 해제한다고 하고.. 그런데 이제 검증해야죠, 사찰하려고 하면 부시 행정부는 임기가 종료될 겁니다. 근데 북한으로선 현재까지만 보면 부시행정부로부터 테러지원국 해제만은 꼭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양국 간) 서로를 파악하면서 일정한 정도의 관계를 가져가겠지만 미사일 문제, 생화학무기 문제, 인권 문제가 제기될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들은 가면 갈수록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 신고를 마무리 짓게 되면 미국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이 얻게 될 실제적인 이익은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일 정권으로서 가장 아픈 것은 세계 면전에서 테러지원국이란 딱지가 계속 붙어 다니는 것이거든요? 김정일 위원장의 이른바 높은 권위에 대한 먹칠이라는 것이죠, 테러지원국이라고 하는 것이.. 그러니까 테러지원국이 해제되면 대외적인 권위를 높인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김정일의 위대성이나 권위에 대한 이미지 높이기에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북한에선 김정일 위원장의 권위가 최고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으로선 얻는 게 많다고 봐야 되겠죠.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개방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저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힘들다고 봅니다만 그래도 (테러지원국 해제는) 개방화에 조금씩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해제해서 미국 자본이 북한에 들어간다면 북한은 그것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예를 들면 개성 공단과 같이 나머지 지역을 막고 (자본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는 것) 것을 북한의 위정자들은 틀림없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특구 형식을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렇죠, 일정한 지역을 개방하고 나머지는 막고 해서 개방지역에 있는 사람들만 영향을 받게 하는 등 영향을 최소화 하려고 하겠죠..

1987년 북한이 KAL기 테러를 일으키고 바로 직후에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시켰는데요, 당시 피해자들은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면죄부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북한 사람들이 한국에 사과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일 겁니다. 자존심이 상해서.. 아마 북한체제가 변하지 않고선.. 안기부의 자작극이었다고 지금도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사과한다는 것은 현 상황으로 봐서는 힘듭니다. 다만 예를 들어서 미국 측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사과하는 방법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한정부에 직접 사과하지 않고 미국 정부를 통해서 회담 석상 등에서 유감을 표시하는 정도로 넘어가려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봐선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 전략이 남한에선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미국의 50만 톤의 식량지원을 두고 남남갈등이 일어나고 있고.. 연구위원께서는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고영환: 미국으로부터 쌀을 받기로 한 직후에 북한은 주민들에게 방송을 했어요. 이것은 다시 말해, “남한 없이도 우린 미국과 잘 살 수 있어” 하는 의미거든요? 그러나 미국의 지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도 국내여론을 생각해야 하거든요.. 핵 문제 진전이 없는데 50만 톤을 매해 지원해 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래도 우리는 굶어죽는데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을 줘야 되는 게 아니냐, 이런 정서가 있거든요.. 북한은 지금 남한을 길들이기 위해서 강하게 나오는 것이거든요? 정부 초기 때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그래도 현 정부는 지금까지 잘 걸어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한 번 말을 들어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원칙을 갖고 길을 걸어가되 북한에서 재난이 생겼거나 아사자가 생겼을 때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도와준다.. 어떤 원칙을 떠나서라도 도와줄 것은 도와줘야 된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통미봉남’ 이라는 것을 북한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오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북한사람들 욕심일지는 몰라도 결국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오늘 ‘만나고 싶었습니다’ 에서는 고영환 연구위원과 함께 북핵문제, 남북관계, 그리고 미북관계에 대해서 말씀 들어봤습니다. 지금까지 말씀 감사드립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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