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미사일 개발 협력 지속을 대가로 북한에 경제지원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북한과 미국의 핵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이란이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난 10월 이란의 고위 관리가 평양을 방문해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서방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26일 보도했습니다. 이란은 이 제안을 미끼로 미국과 북한간의 핵협상을 방해하려 하고 있다고 슈피겔은 분석했습니다.
이란으로부터 대규모 에너지 지원을 받으면 북한은 심각한 에너지난을 덜게 되고, 그만큼 핵개발 계획을 포기할 이유가 줄어든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 9월에 열린 4차 6자회담에서 에너지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핵개발 계획을 모두 포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이 지켜지면, 국제사회의 압력이 이란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슈피겔은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과연 에너지 지원을 해주겠다는 이란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슈피겔도 북한측 반응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란의 제안이 놀랄 일은 아니라는 반응입니다.
미국 사회과학원의 레온 시갈 (Leon Sigal) 박사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란은 북한이 미국과 핵협상을 어떻게 해 나가는지 오랫동안 주의 깊게 봐왔기 때문에, 북한과 공조체제를 이루려는 시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Sigal: I think the Iranians have kept a very close eye for a very long time on how the N. Koreans are proceeding in their negotiations with the US.
시갈 박사는 이란의 제안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Sigal: It shows that the policies have failed. there is no way to isolate N. Korea.
미국은 북한을 고립시켜서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려 하지만, 실제로 북한을 고립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이란과 북한의 관계는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갈 박사는 미국이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면서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지 시험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북한이 미국이 아니라 이란으로부터 에너지 지원을 받기로 한다면 북한은 그 대가로 이란에 무엇을 줄지 걱정된다고 시갈 박사는 말했습니다. 이란의 샤하브-3 장거리 미사일은 북한이 넘겨준 미사일 기술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북한은 이란의 핵개발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Larry Niksch) 박사는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협력은 이미 90년대초부터 시작됐다며, 이란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과 핵시설 은폐 기술에 흥미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슈피겔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이 소용없음을 보여주는 또다른 증거라고 지적했습니다.
Larry Niksch: This is just another indicator of what I believe now is the real futility of six-party talks.
미국은 지난 4차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의미있는 합의를 이룰 뜻이 없음을 보여줘 왔다고 닉쉬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란은 국제사회로부터 핵무기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란은 에너지를 얻는 데만 핵시설을 사용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석유를 많이 생산하고 있는 이란이 새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핵시설을 갖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핵무기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18년 동안이나 비밀리에 개발했던 사실도 이란의 진심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란은 작년 11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받기로 유럽연합과 합의하고 핵활동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유럽연합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지난 8월부터 핵시설을 재가동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 9월말 이란의 핵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할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란이 핵시설을 계속 가동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서 경제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는 지난 25일 러시아의 중재안을 바탕으로 이란과 외교적 협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 주되, 핵무기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농축 활동 자체는 이란이 아니라 러시아 땅에서 철저한 감시 아래 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습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