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정성산 감독: “북한 인권실태 알리기 위해 뮤지컬 제작”


2005.11.09

할아버지가 전 북한 교육부상을 지내 북한에서 비교적 상류층으로 살았던 정성산 씨는 지난 1994년 남한방송을 듣다가 발각돼 사리원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습니다. 이후 정 씨는 북한을 탈출해 현재는 남한에서 영화감독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jung_sung_san-200.jpg
북한 내 요덕수용소의 실태를 고발한 뮤지컬을 기획중인 정성산 감독 PHOTO courtesy 정성산

정씨는 최근 북한 내 요덕수용소의 실태를 고발한 뮤지컬을 만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정 씨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북한의 인권현실에 관해 더 관심을 가지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에 장명화 기자입니다.

최근 ‘요덕 스토리’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만들고 계시다구요?

네. 제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또 수용소 중에서도 제일 악명 높기로 소문난 함경남도 요덕에 위치한 제 15호 정치범 관리소에 대한 뮤지컬을 하게 됐습니다. 뮤지컬을 하게 된 동기는 지난 2002년도에 (평양에서 노동당 고위관료이시던) 저희 아버님께서 수용소에서 공개 처형되셨어요.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한번 북한 수용소, 북한 인권을 알릴까 생각하다가 이 정치범 수용소이야기를 원래 영화로 찍으려고 했습니다. 영화 시나리오로 해서 영화로 만들려고 준비를 하다가 워낙 예산이 크고 또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단은 뮤지컬로 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만들게 됐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정 감독님은 남한에 정착한 이후 크게 인기를 끈 영화 ‘쉬리’ ‘공동경비구역’등을 각색해서 주목을 끌어오셨는데요, 영화가 아닌 뮤지컬을 시도하시면서 어려움은 없으십니까?

일단은 뭐 어려움이라는 것은, 창작 쪽의 어려움은 별로 없습니다. 영화시나리오를 제가 썼기 때문에 뮤지컬로 옮기는 데는 별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워낙 제가 북한에서부터 시작을 무대연출가로 시작을 해서 모스크바 국립영화대학과 평양연극영화대학에서 영화연출가 공부를 했고요.

또 한국에 와서도 대학로에서 연극을 두 편 이상 연출했기 때문에, 뮤지컬을 만드는데 어려움은 없는데, 일단 제일 어려운 것은 이거죠. 뭐 이게 한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제작비를 조달하는 게 제일 어렵고, 그래서 뭐 정신없이 뛰고 있습니다.

남한 내 탈북자들이 약 2500만원,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가 500만원, 황장엽 씨도 금일봉을 내주는 등 여러 곳에서 지원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혹시 해외 쪽의 지원도 있습니까?

노르웨이에서 북한인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이번에 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하고 하기에, 저에 대한 다큐멘터리보다는 수용소이야기를 내가 뮤지컬로 만들고 싶은데 어떠냐고 하니까, 아 그것 참 좋아해서 거기서 일단 일부 자금을 투자를 받기로 했습니다.

이번 뮤지컬 제작에 동참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출연진들은 대부분은 한국에서 정말 연기를 잘 하고 있는 뮤지컬 스타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출연진 중에서 직접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15년 이상 수감돼있었던 김영순씨라는 여자 분이 참조 출연을 해주시구요. 저도 1994년에 남한방송을 듣다가 잡혀서 제가, 저는 뭐 오래 안 있었습니다.

3개월 정도 수용소에서 예심을 받다가 호송차가 구르는 통에 탈출을 했는데 제가 그곳에서 고생한 것에 비해, 수용소에서 몇 십 년씩 사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저는 죄스럽죠. 기타 스태프들은 한국에서 뮤지컬에 출연을 많이 했던 베테랑 분들이고요. 그래서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을 총 합해서 한 70명 정도 됩니다.

북한인권상황을 폭로하는 이런 뮤지컬 제작에 대한 남한 내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사실은 벌써 제가 이 뮤지컬을 한다고 그러니까 제 핸드폰에 협박 메시지도 들어오고 또 정보기관원이라고 사칭을 해서 전화하면서, ‘너 그런 걸 만들어서 되겠냐’하는 압력도 있어요.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것은 그겁니다.

지금 제가 우리 현 정부를 비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라고 할까요, 특히나 모든 이데올로기보다 앞서야 될 인권이 지금 (북한에서) 정말 처참하게 말살되고 있는 현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우리 현 정부의 혹은 우리 국민들의 알권리와 똑바로 좀 북한의 현실에 대해 인식시켜야 된다는 차원에서도 이 작품이 꼭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뭐 협박이 오거나 뭐 죽인다고 까지 그러는데 그래도 저는 무조건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언제쯤 이 뮤지컬이 무대에 올려지게 됩니까?

저희가 지금 내년도 3월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저희가 시간이 좀 빠듯하기 때문에 또 하나는 4월 15일이 북한 김일성의 생일입니다. 죽은 김일성의 생일이라 4월 15일이 되면 북한에서는 제일 최대의 명절이라고 기념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4월 15일에 상징적으로 이 공연을 올릴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탈북자 출신 기자인 강철환 씨도 요덕 정치범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는데, 이 책이 영어로 번역된 후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을 만나 북한인권상황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는데요, 이 뮤지컬도 이처럼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만.

강철환 씨가 쓴 < 평양의 수족관>이라는 책에도 저희가 물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 뮤지컬은 제 개인의 뮤지컬이라기보다는 북한인권을 위한 탈북자들의 바람과 또 북한인권을 걱정하는 많은 시민들의 마음으로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 공연이 만들어지면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 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이게 지구상에 아직도 이런 정말 사람을 때려죽이고 진짜 우리가 생각할 때는 아무 죄도 아닌, 정말 털끝 같은 죄를 죄의 명목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인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라든지 또 북한의 인권을 무시하는 많은 분들에게 각성이 되기 위해서라도 저는 이 공연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특히나 미국에서 공연이 되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장명화기자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