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윤 대통령, 북 군사력에 공헌”...한국 정부 “책임전가 잔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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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군사력에 공헌한 특등공신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한국 정부는 긴장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잔꾀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 담화문에서 윤 대통령이 1일 신년사를 통해 “핵전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 정당성을 또다시 부여해줬다”며 “우리에게는 군사력을 키우는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김 부부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문 전 대통령이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었다”고 표현하면서도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고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만약 제2의 문재인이 집권했더라면 우리로서는 큰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부부장은 반면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무식에 가까울 정도로 용감한 윤석열이 대통령을 차지한 것은 우리에게 두 번 없는 기회”라며 “문재인 때 밑진 것을 열 배, 스무 배, 그 이상 봉창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한국 정부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김인애 부대변인은 3일 취재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무력 적화통일 의지를 은폐하고 남북관계 긴장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잔꾀에 불과하다”며 “한국 정부의 원칙있는 남북관계 정상화 및 안보 강화에 대해 북한이 당황한 모습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부대변인은 또 김 부부장을 향해 “격에도 맞지 않는 북한 당국자가 한국 국가원수와 정부에 대해 현 상황을 왜곡하고 폄훼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부부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 시기 국방력 강화에 전념하지 못해 ‘밑졌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은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결코 멈춘 적이 없다”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여정 담화는 범죄자가 오히려 선량한 시민이나 경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핑계를 대는 것과 같이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며 궤변”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국방부는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확립한 가운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이번 담화에서 문재인, 윤석열 등 한국의 전ㆍ현직 대통령을 비교한 것과 관련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의 여론, 즉 보수와 진보 진영을 이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고 “한국의 진보 진영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의도가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향후 한국 여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군사적 위협 혹은 김여정의 말폭탄식 담화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미국을 겨냥해서는 “미국의 보수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의 핵심은 한국 내 여론 분열, 총선에 대한 여론 분열 책동을 이제 시작했다고 봐야 합니다. 진보 정권이 승리하기를 아마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고 그런 의도를 보인 담화가 지금 김여정 담화입니다. 향후에도 김여정의 말폭탄형 담화는 더 지속될 것입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여정이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갈라치기’ 전술을 썼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태 의원은 “김여정이 큰 손실을 봤다고 대놓고 공개하는 것은 (반대로) 문재인 정권 시절 북한이 큰 혜택을 봤고 그 시절이 그립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 한국의 여당 ‘국민의힘’의 김예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김여정이 억지 주장을 늘어놨다”며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한국 해군은 이날 동ㆍ서ㆍ남해 전 해역에서 해상기동훈련, 함포 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해군은 “북한의 도발 위협 등 엄중한 안보상황 속에서 도발 시 강력 응징하겠다는 의지, 대적필승의 각오를 다지고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훈련을 실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훈련에는 구축함, 호위함, 유도탄고속함 등 함정 13척, 항공기 3대가 참가했습니다. 특히 2010년 3월 서해 백령도 남방 해상에서 북한 잠수정 공격으로 침몰했던 천안함(FFG-Ⅱ, 2800톤급)도 성능이 개선된 신형 호위함으로 참가해 서해상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