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조사국 마크 매닌, “개성공단 제품 미국 시장에서 특별대우 받지 못할 것”
2006.02.15
남한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제품을 남한산으로 인정할지 여부가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마크 매닌 (Mark Manyin) 박사는 국제적인 원산지 규정에 따라 개성공단 제품이 남한산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러나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시장에서 특별대우를 받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남한은 세계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수출시장을 크게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 왔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농산물과 공산품,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무역장벽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수출과 수입이 훨씬 자유로워집니다. 남한은 칠레와,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 등과 이미 협정을 타결지었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도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하기로 이달 초 공식 합의했습니다.
남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북한 개성공단 제품도 남한 제품과 마찬가지로 자유무역협정에서 인정하는 각종 관세 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포트먼 대표는 개성공단 제품이 남한이 아닌 제3국, 즉 북한에서 생산되는 만큼 미국과 남한간의 자유무역협정과는 별개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의회조사국의 마크 매닌 (Mark Manyin) 박사는 15일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회견에서 미국과 남한이 앞으로 협상하는 과정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많은 논란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매닌 박사는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해 협상의 여지는 있다며, 구체적으로 원산지 규정에 관한 문제를 들었습니다.
Manyin: This probably will be discussed in the rules of origin.
개성공단 제품일지라도 가공과정의 상당부분이 남한에서 이뤄졌다면 원산지를 남한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는 게 매닌 박사의 설명입니다. 매닌 박사는 이런 원칙은 국제적인 원산지 규정에서 통용되는 것으로 특별히 개성공단 제품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남한 기업이 북한 개성에서 생산하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하든 원산지 규정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다를 게 없다는 설명입니다.
매닌 박사는 그러나 미국과 남한이 개성공단 제품을 특별 대우하는 자유무역협정에 합의할 경우 미국 의회에서 심한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Manyin: Congress would be very critical of any agreement that gives special treatment to Kaesung.
개성공단 제품을 원산지 규정에 따라 엄격히 취급한다고 해도, 북한의 인권상황과 한반도 안보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 의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매닌 박사의 설명입니다. 매닌 박사는 그러나 미국과 남한의 자유무역협정은 두 나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두 나라가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문제로 협상을 그르칠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개성공단 제품 문제가 불거져 나오지 않을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려고 두 나라 정부가 노력할 것으로 매닌 박사는 내다봤습니다. 다만 최종 협상 결과에 대해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수긍할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매닌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현재 북한산 제품은 미국시장에서 높은 관세가 매겨져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팔리기 어렵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지 않은데다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돼 있는 사실을 들어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김연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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