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가정에 노래방기기 설치 묵인
2012.10.04
앵커: 자본주의 날라리 문화라는 이유로 화면반주 음악실이라고 불리는 노래방 영업을 금지 시켰던 북한당국이 개인들이 가정에 노래방 기기를 설치하는 것은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한때 북한 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방 영업을 자본주의 퇴폐문화라는 이유로 폐쇄한 북한 당국이 일반 가정에 노래방 기기를 설치, 사용하는 것은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평양 주민 류 모 씨는 “평양에서 웬만큼 산다는 집에는 노래반주기를 갖춰 놓고 명절날이나 휴식 날에 가족들이나 또는 이웃들과 노래를 부르고 놀기도 한다”라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보통 반주기와 마이크만 구입하고 영상은 가정용 텔레비전에 연결하는 방식의 이 기기들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100달라에서 200달라 사이의 다양한 가격대이며 대도시 중산층 주민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입니다.
류 씨는 “이 기기들은 음악 반주가 기기에 내장된 전자식은 아니고 영상과 음악이 수록된 C/D를 삽입하는 방식이며 ‘목란 비데오’를 비롯한 4~5군데에서 화면반주기용 C/D가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약 20~30여 곡이 수록된 C/D 한 장 값은 북한 돈으로 1,000원 선”이라고 밝혔습니다.
류씨는 이어 “이번 추석에도 성묘를 다녀온 후 가족 친지들과 이웃들이 어울려 이 노래방 기기를 틀어놓고 놀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방문차 중국에 나온 또 다른 평양주민은 “평양이나 신의주 등 큰 도시에서 밥술깨나 먹는 계층에서는 집에 노래방 기기가 없으면 급수가 떨어지는 집으로 취급받기 싫어서 별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과시용으로 노래방 기기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본주의 퇴폐문화라고 사설 노래방을 전면 폐쇄한 북한당국이 가정에서 노래방기기 설치를 묵인하고 있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자유아시아 방송(RFA)의 지적에 북한 주민들의 대답은 다양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의 한 주민은 “반주기용 C/D에 담긴 노래가 수령님, 장군님 찬양하는 노래고 우리조국이 제일이라는 노래뿐이니 이런 노래를 많이 불러 충성하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평양의 또 다른 주민은 “조선이란 나라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 어디 한 두 가지냐”면서 “아마도 국가에서 C/D 장사를 하기 위해서 내버려 두는 모양”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아이들 성화 때문에 자신도 집에 화면 반주기를 설치해 놓았다는 신의주의 한 주민은 “왜 우리 반주기 C/D는 비바람이나 눈보라 치고 그도 아니면 파도치는 장면만 나오는지 C/D 제작하는 사람들이 한심하다”며 요즘 출시되고 있는 반주기 화면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