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핵기술 판매 조직의 밀거래가 3년 전 발각된 이래, 아직도 이 조직이 북한이나 이란에 핵무기 설계도와 우라늄 농축 설비를 넘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핵문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씨는 25일 미국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그 같이 증언했습니다.
미국 연방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의 국제테러. 비확산 소위원회는 이날 파키스탄의 핵기술 밀거래 사건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지난 2003년 말 파키스탄의 핵기술 밀거래망이 발각되기는 했지만, 이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핵과학자 칸 박사가 주동이 된 핵기술 밀거래 조직을 철저히 수사했으며 수사결과를 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 등에 이미 알렸다고 이달 초 발표했지만, 여전히 많은 의혹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특히 밀거래 조직이 누구에게 핵무기 기술을 팔아 넘겼는지가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올브라이트 소장은 지적했습니다. 리비아에 넘긴 기술들은 거의 밝혀졌지만, 북한과 이란이 핵무기 설계도를 넘겨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게 올브라이트 소장의 설명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 당초 리비아가 구입하려 했지만 결국 넘겨받지 못한 우라늄 농축 설비의 행방이 묘연하다며, 북한을 비롯한 다른 고객들에게 넘겨졌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쓰이는 원심분리기 수천기를 구입하려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랐으며, 그 뒤로 미국과 북한 관계가 질적으로 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90년대 초 1차 북한 핵위기 당시 북한과의 협상을 맡았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계획을 알고 난 후, 빌 클린턴 행정부는 90년대 말에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22일 미국의 민간단체 한미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당시 미국은 북한이 원심분리기 부품을 파키스탄으로부터 몰래 도입한 것은 94년 북미 기본합의 위반이라고 보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진했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