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950년대 동유럽 국가로 보내진 북한 전쟁고아들에 관한 기록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이 유엔 기구가 주관하는 세계 영화제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일성의 아이들'의 김덕영 감독은 이 영화가 유엔 국제이주기구(IOM)가 주관하는 국제이주영화제(GMFF: Global Migration Film Festival)의 경쟁부문 본선에 진출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김덕영 감독: '김일성의 아이들'이란 작품이 폐쇄된 북한 사회의 본질을 잘 묘사하고 있고 또 오늘날의 북한의 비정상적인 추세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그 역사성을 저희 영화가 잘 묘사한 것이 본선 경쟁작으로 진출하게 된 중요한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김 감독은 이로써 '김일성의 아이들'이 15번째 국제영화제 초청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특히 국제이주영화제(GMFF)는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이주기구에서 주관하는 영화제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고 감회를 전했습니다.
'김일성의 아이들'은 한국전쟁 중인 1952년, 미국과 구소련 간의 체제 경쟁 하에서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위탁교육'이라는 미명하에 동유럽으로 보내진 북한 전쟁고아들에 대한 기록영화입니다.
김 감독은 당시 폴란드 즉 뽈스까,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5개국에 보내진 수 천명의 북한 전쟁고아들의 동유럽국가 친구와 교사 중 현재 생존해 있는 11명에 대한 인터뷰와 기록보관소에 남은 각종 사진과 편지, 자료 등을 추적했습니다.
그는 오랜 현지 조사활동을 통해 북한 내부에서 진행되었던 강도 높은 사상 검열과 주체사상 강화 운동이 동유럽에 보내진 고아들에게도 그대로 시행됐다는 증거들을 기록영화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김일성의 아이들'은 이탈리아 로마국제무비어워드 최우수 장편기록 영화상 수상과 미국 뉴욕국제영화제, 프랑스 니스국제영화제 등과 더불어 국제이주영화제까지 15개 국제영화제에 본선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하게 된 것입니다.
김 감독은 지난달에는 전 세계 영화업계의 중심을 차지하는 미국의 한 주요 영화배급회사와 배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일본의 한 재일교포의 도움으로 일본어 자막 상영본까지 제작되어 보다 많은 전 세계 관객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김덕영 감독: 이번 영화는 말 그대로 일본어로 자막이 다 입혀져 있는…나레이션부터 시작해서 인터뷰까지 모든 것들이 일본어로만 구성되어 있는 그런 영화가 완성이 됐구요.
한편, 870여개 국제이주영화제 출품작 중 본선진출이 확정된 작품들은 전 세계 150여 개 국제이주기구 사무국을 통해 오는 11월 28일부터 12월 18일까지 진행되는 제5차 국제이주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됩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상으로 관람이 가능하다고 국제이주영화제 측은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2018년에는 한 가족의 서글픈 탈북기를 담은 한국 배세웅 감독의 단편영화 '두만강 저 넘어(The Other Side of Dooman River)가 국제이주영화제(GMFF)에서 3위에 오른 바 있습니다.
2016년 설립된 국제이주영화제(GMFF)는 전세계 다양한 이주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들을 선정해 상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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