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55주년] 최빈국 北…선진국 南 ‘극명한 대조 ’

정전협정이 맺어진 지 55년이 지났습니다. 전쟁으로 한국과 북한은 모두 폐허가 됐지만, 55년이 지난 지금 한국과 북한의 경제적인 격차는 하늘과 땅만큼 벌어졌습니다.
서울-박성우 xallsl@rfa.org
200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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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일하다가 1991년 5월 한국으로 망명한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정전협정 55주년에 대한 해석과 평화협정에 대한 남과 북의 견해 차이 등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네. 고영환 수석연구위원님 안녕하세요. 잘 아시는 것처럼 지난 일요일, 7월27일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입니다. 올해로 55주년인데요. 북한도 이날을 상당히 뜻 깊은 날로 기념하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남과 북이 정전협정을 좀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데요. 어떤 식으로 해석이 다른지... 이것부터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제가 한국에 대해서 먼저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요. 6.25 전쟁이 누구의 어떤 일방적 승리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냥 전쟁이 휴전이다... 전쟁이 중지됐다는 의미의 휴전... 그래서 휴전일이라고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이것이 미군이 항복한 날. 아니면 조선인민군이 미군에게 승리한 전승일 혹은 전승기념일이라고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날에 대한 해석 자체가... 남한은 전쟁이 중지된 날로 보는 반면, 북한은 전쟁에서 승리한 날로 주민들을 교육하고 있고, 주민들도 북한 조선인민군이 미군에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미군을 역사상 처음으로 꺽은 날로 생각하고 있는 거죠.

진행자: 그렇다면 국제사회가 이런 북한의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우선 제가 한가지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지금 대다수 북한에 살고 있는 50대를 지난 사람들은 조금 내용을 알고 있는데 40대, 30대, 20대는 6.25전쟁이 조선인민군과 미군 사이에 일어난 전쟁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러니까 6.25전쟁이 미군이 일으킨 전쟁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구요. 그렇게 교육을 받았으니까... 그런데 사실 6.25 전쟁은 소련의 스탈린 당서기장하고 중국의 모택동 주석의 지원을 받아서 6월25일 새벽에 김일성 주석이 전쟁을 일으킨 것이거든요. 그래서 기습을 당한 남한 국군이 쭉 밀려서 낙동강까지 내려갔는데, 그 때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이 들어와서... 다시 북한군이 몰려서 압록강까지 쫓겨올라갔고.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1950년 10월25일 수십만명의 중국 인민지원군이 넘어와서 전쟁이 확대돼서 3년간 전쟁이 일어났는데. 이 전쟁은 미군을 주축으로 한 유엔군과 중국군을 주축으로 한 중조연합군 사이의 전쟁이라고 봐야 되는데... 그것이 객관적인 건데... 북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백만에 달하는 미군과 싸워서 이겼다... 이렇게 교육을 받았고, 그렇게 알고 있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단독으로 미군에게 승리를 거둬서 전쟁에서 이겼다는 견해에 동조를 안하는 거고... 그것은 사실 맞지 않는 거고. 북한에서만 통용되는 논리인 겁니다.

진행자: 한국은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바꾸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북한도 28일자 노동신문을 통해서 "조미 사이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평화협정을 원하는 논리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여기 모순이 있습니다. 북한은 6.25가 남한에 의해서 일어났고, 미군이 들어왔는데 조선인민군이 물리쳐서 승리한 날이라고 말하잖습니까? 그런데 외교적으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냐면요, '조선반도에 아직도 미군이 있고,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이다. 그래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만들어야 된다.' 그런데 가장 북한이 노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뭐냐면 북한과 미국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이 됐는데 미군이 남아 있을 이유가 뭐냐... 미군이 조선반도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왜냐면 평화협정이 체결돼서 좋은 관계를 맺자는 데 미군이 왜 들어와 있느냐... 미군이 나가라... 이러한 논리를 만들기 위해서 줄기차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만들자고 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한국은 4자가 평화협정을 맺는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이렇게 4자를 말하는데... 그런데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자 하고 있잖습니까? 이러한 북한의 요구가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입니까? 평화협정을 미국하고만 맺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남한과 중국이...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남한과 중국이 빠지면 이것이 허울뿐인 협정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남한과 중국이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할 경우에 어떡할 겁니까. 아무것도 되는 게 없거든요. 의미가 없는 속빈 강정이 되는 겁니다. 이런 모순점들을 북한은 그냥 무시하고... 미국과 직접 해서 해결만 되면 당신네는 다 따라오게 돼 있지 않느냐... 이런 것이 하나 있구요. 북한 지도부의 내심에 무슨 문제가 하나 있냐며는요. 중국을 못믿는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2대2가 되잖습니까? 북한하고 중국, 남한하고 미국... 이렇게 하면 공정하지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특히 북한 지도부는 중국을 믿지 못하겠다... 그러니까 이것이 2대2 회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1대3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속셈도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거라고 봅니다.

진행자: 역학관계에서 중국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말로 이해가 되는군요. 자, 그러면 질문을 좀 달리 해 보겠습니다. 정전협정이 맺어진 상태로 55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한국은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성장을 했는데. 북한은 경제적으로 점점 뒷걸음질을 치고 있지요. 지난 26일에 북한도 정전협정 체결 55주년 보고대회를 가졌는데. 여기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경제건설을 잘하는 것은 반제 반미 대결전의 승리를 위한 중요한 요구"라는 내용인데... 북한이 정전협정 보고대회에서 이렇게 경제건설을 강조한 이유, 어떤 배경인지...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정전협정 연설에서도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경제건설 문제가 나왔다는 거는 그만큼 북한이 지금 먹고사는 문제, 경제재건 문제가 아주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구요. 또 다른 한가지는... 인민들에게 '이제는 군대도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니 경제를 강조해서 우리 경제가 좋아지겠구나' 이런 희망을 주자는 의도도 분명히 있는 거라고 봅니다. 북한 주민들이 희망을 가지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행자: 한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지난 27일 북한에서도 여기저기서 함께 모여서 반미구호도 외치고 이런 행사를 가졌는데... 그런데 요즘 들어서 북한 주민들은 정전협정 기념행사에 참가하는 것 보다는, 아무래도 먹고사는 문제..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기념행사장 보다는 장마당에 더 나가고 싶어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하거든요. 그렇다면 북한이 노동신문 27일자에서 말하는 "6.25전쟁 직후의 전후복구사업 때처럼 '총돌격전'을 벌여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에 기여하자" 이런 말은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걸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고영환: 전후 상태를 좀 돌아보면 좋겠는데요. 전후복구 건설을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냐면, 북한 사람의 힘으로 북한 지도자들이 잘 해서 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일어섰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실질적으로, 그때 소련하고 중국하고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구라파에서 막대한 전후복구 자금이 들어왔었습니다. 그건 역사적인 자료로 다 있습니다. 그 복구자금이 들어왔고,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했고... 돈이 있었으니까 북한 말로 하면 '운이 나서' 정말 복구 건설의 성과들이 금방 금방 눈에 띄니까 사람들이 신이 나서 일을 했는데. 지금은... 똑같은 이야기를... 그때 힘으로 똑같이 하자고 하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냐면, '지난 55년간 똑같은 소리를 계속 해 오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계속 악화되고 있느냐...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급하지 않느냐...' 북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강성대국... 우리는 정말 정치적으로 우리만한 대국이 없다.' 이거는 약간 비아냥거리는 소리구요. 경제대국을 건설하려면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북한 사람들의 최대 관심은 먹고사는... 내가 당장 오늘 우리 식구들을 밥을 먹이고, 따뜻한 데서 자고 하는... 이것이 가장 큰 관심사이지... 무슨 강성대국이니, 천리마운동이니, 전후복구 건설이니 하는 요란한 정치적 구호들은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떠난 지가 오래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지난 55년간 한반도에서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지 않습니까.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께서는 북에서도 살아보셨고,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계신데. 정전협정 55주년. 꺾어지는 해이기도 하고.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정전협정을 계기로 남과 북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변화들 중에서, 연구위원님께서 보시기에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제가 북한에 대해서 먼저 간단하게 말씀을 드릴께요. 북한은 6.25가 끝난 다음에 강력한 통제, 소련과 중국에서 들어온 돈, 그리고 사회주의를 채택해서, 60년대나 70년대에는 아프리카나 라틴,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약간 희망의 상징처럼 되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최고봉으로 끝났고, 그 다음부터 계속 하향곡선을 그어서 지금은 국제적으로도 가장 많은 식량원조를 받고 있는 가장 가난한 나라의 대열로 떨어졌고. 반면에 한국, 남조선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에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에서 국가다운 국가로서는 정말 처음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거의 유일한 나라로 성장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남과 북의 차이가 정말 하늘과 땅처럼 벌어졌다는 게... 이게 아마 남과 북을 평가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진행자: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정전협정 55주년과 관련해서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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