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10주년자가용 몰고 휴전선 넘어 가다니 “꿈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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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박성우 xallsl@rfa.org

지난 3월 17일부터 남측 시민들이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금강산을 관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남측 관광객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북한은 올 한 해 동안 금강산 관광 수입으로 2천만 불 이상을 벌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 용처가 투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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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들이 자가용을 타고 휴전선 넘어 북한땅으로 들어가고 있다. AFP PHOTO/HONG JIN-HWAN

금강산 관광이 처음 시작된 건 1998년. 당시 남측 관광객들은 배를 타고 금강산을 찾았습니다.2003년 육로관광, 그러니까 버스를 타고 남측 관광객들이 금강산을 찾기 시작했고.이제는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한 관광시대가 지난 3월17일부터 시작됐습니다.

민간인이 자신 소유의 자동차를 타고 북한 땅을 찾는 건 48년 남북 정부가 수립된 지 60년 만에 처음입니다.때문에 3월17일 17대의 자가용을 타고 금강산을 찾은 45명의 남측 관광객들은 상당히 들뜬 표정이었습니다.

관광객1: 운전한지 지금 한 16-7년 되어 가는데요. 처음으로 민통선을 통과해서 북한 땅을 제 차로 간다는 게... 사실 가슴도 설레고, 떨리고... 기쁨도 나름대로 참 큽니다. 관광객2: 네. 몇 번 깼어요. 일찍 출발하려고 시계도 맞춰놓고... 관광객3: 기분이 굉장히 좋고. 좀 설랩니다. 관광객4: 감동이 두 배이고요. 또 앞으로 더 나아가서 자전거를 타고도 직접 페달을 밟으면서 금강산으로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관광객5: 친구들이 사진 많이 찍어 오라고 그랬는데... 처음엔 많이 겁났어요. 그런데 아빠랑 자가용을 타고 가니까... 겁은 안나요.

강원도 고성에 있는 남측 출입국 사무소에서 북측 출입국 사무소까지는 왕복 4차로 도로가 깔려 있고, 차량들은 북측 출입국 사무소에서부터 금강산 호텔까지 왕복 2차로 도로를 달립니다.남측 출입국 사무소에서 금강산 호텔까지 가는 데는 검문 절차까지 합쳐서 2시간 가량이 걸립니다.길을 달리는 동안 차량들은 제한속도 50㎞를 준수해야 됩니다. 또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은 차량을 세워 사진을 찍는 등의 개별 행동은 할 수 없습니다.

휴대폰이나 녹음기, 쌍안경 같은 반입금지 물품을 차량에 소지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차량마다 운전석 지붕 위에는 '비무장'을 의미하는 주황색 삼각 깃발을 내답니다. 차량 앞뒤 번호판은 '승용 1호', '승용 2호' 이런 식으로 적힌 임시 번호판을 달아야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삼엄하게 무장돼 있다는 남북 접경지역을 관광객들은 이렇게 많은 준수사항을 지켜야 자기 차를 타고 넘을 수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는 금강산을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찾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에 덧붙여 금강산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의 다양성이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가 더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우영: 형식 자체가 훨씬 자유로워 졌다는 건데, 다양해 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겠구요. 그 다음으로, 우리 남측 사람들이 좀 더 자율적 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봐야겠죠. 출입국 할 때도 이젠 따로 인솔을 받는 게 아니라 자기 책임 하에 넘어가게 된다는 데 굉장히 큰 의미가 있고요. 뭣보다도 자동차 관광은 좀 약하신 노인네들, 어린 학생, 이런 분들... 가족 단위로 움직여야 될 사람들이 가졌던 부담감을 굉장히 줄여줌으로 인해서 금강산 관광을 누릴 수 있는 혜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강산을 자기 차를 타고 가는 건 편리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비용을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다는 게 관광객들의 설명입니다.

2박 3일 일정의 경우 비용은 기존 전세버스 관광과 똑같은 1인당 34만 원선, 그러니까 3백40달러가량이 필요한데, 단체버스는 강원도 화진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서울에 사는 관광객의 경우 이 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에서 화진포로 이동하는 교통비로 다시 3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때문에 5명이 승용차를 함께 탈 경우 총 15만원의 돈을 아낄 수 있어 차량 연료값을 제하고도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설명입니다.

오는 28일 금강산을 친구들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는 서울에 사는 신세균씨입니다.

신세균: 그냥 차로 가면, 관광차로 가면 3만원을 더 달라고 해서, 그래서 자가용 끌고 가는 거예요. 그리고 (금강산) 안까지 내 차로 가니까... 아무래도 버스 타는 것 보다는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죠.

승용차로 금강산을 관광하려면 차량 등록증과 보험 증서 그리고 운전 면허증을 제출해야 하는 등 서류작업이 많아진다는 불편함도 있지만, 자가용 금강산 관광은 이미 다음 달 초까지 예약이 다 끝난 상탭니다.인기가 높은 데 반해 하루 금강산을 찾을 수 있는 차량 수가 지금은 20대로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 있는 한 관광회사 안내원입니다.

안내원: 죄송한데요, 최소 15일 전에는 마감이 되거든요. 3월달은 힘드시고, 아마 4월5일 이후부터 가능하세요. 관광을 하시려면... 기자: 문의가 많이 오나요? 안내원: 아 네 많이 와요. 아무래도 군사분계선을 (자기) 차량으로 넘는다... 뭐 이런 거 때문에 많이들 계획을 하시더라구요. 기자: 특이한 경험이라서 그런가보네요. 안내원: 네. 그리고 이건 원래 승용차가 들어갈 수 있기 전부터 문의가 많았어요. ‘승용차로는 들어갈 수는 없냐’고. 그런데 이제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까, 많이들 문의를 하시죠.

금강산까지 자기 차를 타고 갈 수는 있지만, 금강산에 도착한 다음엔 모든 관광객들이 정해진 버스를 이용해야 됩니다. 아직 주차장 같은 기반 시설들이 다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가용 승용차 운행은 어렵다는 게 관광 주관회사인 <현대아산>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자가용 관광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현대아산>은 북측과 협의를 통해 현재는 2박3일짜리뿐인 관광상품을 다양화하고, 또 구룡연이나 만물상으로 가는 길에 주차장을 짓고 차량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의 안전 문제도 해결해서 금강산 현지에서도 조만간 자기 차를 타고 관광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아산>의 노지환 대리입니다.

노지환: 향후에는 1박2일상품까지 확대하고, 다닐 수 있는 길도... 지금은 넘어가서 주차장까지만 이동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향후에는 그 폭을 좀 더 넓히는 걸 검토 중에 있습니다.

<현대아산> 측은 주차장 같은 기반시설이 완공되고 또 북측과 관련된 협의가 끝나게 된다면, 올 한해동안 1만 여명이 자가용을 이용해 금강산을 관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사업으로 관광객 1인당 50불 가량을 벌어들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35만여 명의 남측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았고 북한은 그 수익으로 1,750만 불을 벌었습니다. 관광객들의 기념품 구매 등을 계산하면 북한은 2천만 불 이상을 벌어들이는 셈입니다.

올해는 5만 명 가량이 늘어난 40만여 명의 남측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통일경제센터장입니다.

홍순직: 금강산 관광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북측의 수입이 늘어납니다. 지금 현재로 봐서는 약 한 2000만불 정도에 불과하지만, 북측은 향후 내금강이라든지 비로봉이라든지 북측의 다양한 금강산 관광 코스를 개발하고 개방함에 따라서 더 많은 금강산 관광 수익을 얻고자 할 것이고, 이것은 북한 경제가 보다 개혁 개방으로 나갈 수 있는 종자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인권 문제 등으로 남북 관계의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북한 경제를 살리는 데 필요한 종자돈을 금강산 관광이 마련해 주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지금처럼 금강산 자가용 승용차 관광을 합의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다시 말해 금강산 관광 사업은 이제 남북 정치상황이 좋고 나쁨에 따라 영향을 받는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입니다.

동용승: 아주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즉 북한 내에서 북한 체제에 대한 문제가 금강산 지역에서 발생을 한다든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북측은 (금강산 관광의 문을) 굳이 닫을 이유가 없는 것이고요.

금강산 관광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북한에 들어가는 달러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에 들어가는 돈의 용처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송대성 박삽니다.

송대성: 남북관계도 실용주의를 하겠다고 이명박 정부가 표명을 했는데. 실용주의라는 것이 (북한에) 들어간 달러가 적어도 잘못된 데에는 쓰이지 않도록 분명히 투명성도 확보하는 것이... 그것이 실용주의거든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한국에서는 이전 정부가 북한과 관행적으로 해 온 사업들에 대해 총체적으로 점검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작업 중 하나로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이 벌어들이는 달러가 무기 생산과 같은 평화적이지 못한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는지 제대로 살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