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어보호법, ‘괴뢰말’ 인쇄물 등 제작·유포시 ‘사형’
2023.02.28
앵커: 북한이 지난달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한 가운데 해당 법에 대한 해설 및 교육용 성격의 문건을 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해당법에는 ‘괴뢰말’, 즉 한국식 언어로 쓰인 인쇄물 등을 제작하거나 유포한 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에서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에 ‘괴뢰말’을 사용하는 대상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됩니다.
북한은 지난 최고인민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한 이후 해당 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힌 바가 없습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이 J.M 선교회로부터 일부를 입수한 ‘새로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요구를 잘 알고 철저히 지켜나갈데 대하여’라는 문건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주요 내용과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명시돼 있습니다. 해당 문건을 보면 북한 사회 전반에 한국 등 외부의 문화가 상당히 만연해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평양문화어보호법은 5개장, 65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처벌과 관련된 부분은 58~65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58조는 “괴뢰말투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괴뢰말투로 통보문, 전자우편을 주고받거나 괴뢰말 또는 괴뢰서체로 표기된 인쇄물, 록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같은 것을 만든 자는 6년 이상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죄질이 심할 경우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해집니다.
59조는 “괴뢰말투를 다른 사람에게 배워주었거나 괴뢰말 또는 괴뢰서체로 표기된 인쇄물, 록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같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류포한 자는 10년 이상의 로동교화형에 처하며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60조는 가격표나 차림표, 광고물 등에 비규범적인 언어를 사용하거나 ‘괴뢰말투제거용 프로그람’을 사용하지 않은 전자기기를 사용했을 경우, 자녀들에 대한 교양을 하지 않았을 경우, 당국이 승인하지 않은 외래어로 말하거나 글을 썼을 경우, 새 용어를 언어 사정기관의 심의 없이 사용했을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긴 기관, 기업소 등은 100만~150만 원, 개인의 경우 10만~15만 원의 벌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62조는 ‘괴뢰말 찌꺼기’가 유입될 환경이 조성된 경우, 인터넷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규정대로 하지 않아 ‘괴뢰말 찌꺼기’가 유포 됐을 경우 등에 책임이 있는 자에게 3개월 이상의 ‘무보수로동’ 처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같은 행위가 재발될 경우 해임이나 철직 등의 처분도 받을 수 있습니다.
63조에는 “괴뢰말 또는 괴뢰서체로 표기된 물건짝들을 진렬해놓고 팔거나 은닉시켰을 경우에는 영업을 폐업시킨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64조는 평양문화어보호에 저촉되는 범죄에 이용된 돈이나 물건을 몰수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새로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요구를 잘 알고 철저히 지켜나갈데 대하여’ 문건은 ‘괴뢰말’에 대해 “어휘, 문법, 억양 등이 서양화, 일본화, 한자화되여 조선어의 근본을 완전히 상실한 잡탕말로서 세상에 없는 너절하고 역스러운 쓰레기말”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6일 ‘일상사업과 생활에서 언어문화를 바로 지키자’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식 언어를 ‘잡탕말’이라고 지칭한 바 있습니다.
또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취지에 대해선 “괴뢰말투를 쓰는 현상을 근원적으로 없애고 비규범적인 언어요소를 배격하며 평양문화어를 보호하고 적극 살려나가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규제하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문건은 2월 초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강연을 진행하는 간부급 인원에게 전달된 문건으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해설과 설명을 위한 자료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이 문건에는 “반동적인 사상문화에 오염된 현상들을 밑뿌리채 들어내기 위한 교양사업과 밀접히 결부하여 자체 실정에 맞게 집중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교육 지침 내용도 담겼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