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공산국가의 지주와 머슴

란코프∙ 한국 국민대 초빙교수
2009.10.15
사회주의가 왜 무너졌을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를 초래한 것은 경제입니다.

세월이 갈수록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인민들의 생활은 시장경제 국가보다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인민들도 이 사실을 깨닫고 효과 없는 시대착오적인 사회주의 제도에 대한 불만이 커졌으며 결국 이 체제에서 탈피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장 성공하기 힘든 사업은 농업입니다.

역사를 봐도 사회주의 국가들은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산주의 국가는 식량 배급제를 비롯한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 자본주의 국가를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사회주의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도입하자 텅 빈 가게에 상품이 채워졌습니다.

소련에서 자란 저는 이 변화를 제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1980년대, 소련에서는 빵이나 감자와 같은 기본 식량은 쉽게 얻을 수 있었고 배고픈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품질이 좋은 식품을 살 때는 또 얘기가 달라서 상점 앞에 길고 긴 줄을 서야 했습니다. 공산주의를 버린 현대 러시아를 보면 아직 많은 사회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먹는 문제는 달라졌습니다. 지금 러시아의 일반 주민들은 공산주의 시대에 간부들도 먹지 못했던 고급 식품을 먹고 있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지 이유는 간단합니다. 봉건주의 경제가 무너진 이유와 아주 비슷한데, 농민들은 자기 소유가 아닌 다른 사람의 땅, 지주들의 땅에서 일하기 싫어합니다. 반대로, 이 땅이 자기 소유가 되면 더 열심히 일합니다.

북한 언론은 자본주의 국가에는 지주들이 있고 사회주의 국가에는 지주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말입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는 토지 개혁을 실시했습니다. 결국 현재 세계에서 지주들의 땅, 남의 땅에서 일하는 농민들이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이남의 농민들도 ‘지주’가 무엇인지 역사 교과서를 통해서만 알고 있습니다.

반대로, 사회주의 국가에는 사실상 지주가 많습니다. 국가는 협동농장의 땅이 농민의 땅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말을 믿는 순진한 사람들은 없습니다. 농민들이 일 년 동안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추수한 곡식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고 다 국가에 바쳐야 합니다. 또 농사짓는 방법도 국가와 간부들의 교시에 따른 것입니다.

사실상, 북한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에는 옛날 어떤 양반들보다 더 무서운 지주가 있습니다. 이 지주는 바로 간부들과 간부들이 이끌어가는 국가입니다. 농민들은 사실상 머슴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북한 식량난의 기본 이유입니다. 식량난은 중국과 같은 토지개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집단지주로 볼 수 있는 북한 간부들은 이런 정책을 결사반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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