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탈북자 미국 정착 도울 진정한 의지 필요’ - 짐 리치 의원
2005.05.14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발효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이 법을 공동 발의했던 짐 리치(Jim Leach) 연방 하원 의원은 최근 관련 청문회에서 미국이 탈북자들을 미국에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연방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북한인권법의 공동 발의자인 짐 리치 의원은 지난달 자신이 주재한 북한인권법 관련 청문회에서 최근 남한 관리가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그 질문은 과연 미국이 탈북자들의 미국 재정착을 도울 진정한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리치 위원장은 탈북자를 이미 6000여명 이상 받아들인 남한 관리로써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라면서, 북한인권법 취지를 생각할 때 미국 관리들도 그런 질문에 대해 이젠 ‘YES(예스)’란 대답을 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Jim Leach: But in light of the Act, I trust the consistent answer of U.S. officials confronted with similar questions must now be an emphatic 'yes'.
미 국무부가 지난 2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5년간 단 한명의 북한 주민도 미국의 난민 신청입국 절차(refugee admission program)를 통해 미국에 들어온 예가 없습니다. 또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으로의 정치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진 북한 사람들도 2002년부터 2004년 회계연도까지 모두 9명밖에는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보수적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5일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내놓았습니다. 미국에 망명해 살려는 탈북자들이 미 부시 행정부의 탈북자 정책의 진의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이 그 요지였습니다. 이 신문은 미국이 탈북자들을 남한에 이미 정착한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으로의 망명 신청을 거절하고 모두 다 남한으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방침은 북한인권법을 어기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인권법을 살펴보면, 남한에 이미 정착한 사람들은 남한 국적자로 취급돼 미국에 망명하기 위해서는 남한에 돌아갔을 때 남한 당국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것이란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실제로 남한에 정착했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나 애리조나 주 등으로 불법 입국해 망명을 요청했던 탈북자 여러 명이 최근 잇달아 미국 이민재판소에서 추방 명령을 받고 남한으로 귀국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탈북자들이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요?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일단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는 남한 국적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미국에 망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중국에 있는 탈북자의 경우 베이징에 있는 UNHCR, 즉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을 찾아가 미국 망명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탈북자가 중국과 동남아시아 나라 등에서 직접 미국으로 가거나 아니면 현지 미국 공관에 들어가서 망명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UNHCR과 북한 탈북자의 접촉을 막고 있고, 현지 탈북자들이 미국 입국 비자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행 비행기나 선박에 탑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러시아 주재 미국 공관에 들어간 탈북자도 미국행은 좌절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 당국 스스로도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서 탈북자 자신과 미 공관 주재원 등의 안전을 위해 해외 미국 공관에는 탈북자들이 절대 강제로 진입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습니다.
미국도 탈북자들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는 고민이 있습니다. 미 국무부 난민담당 부서의 아더 듀이(Arthur Dewey) 차관보는 지난달 북한인권법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탈북자들을 미국에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철저한 신원조회 절차가 필수적인데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부터 강조했습니다. 또 탈북자들의 탈북 경로에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등은 탈북자를 받아들이려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매우 비협조적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 탈북자들이 즉각적인 국적 부여와 정착금 등 많은 혜택을 주는 남한으로 가고 있다면서 미국은 절박한 이유(compelling reason)가 있는, 다시 말하면 반드시 미국에서 살아야만 하는 탈북자들을 미국에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에 앞서 테러지원국 북한 출신 탈북자들이 과연 진짜 난민이 맞는지부터 알아내는 신원조회 절차를 마련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Arthur Dewey: We do need to get these mechanisms in place in order that we would be ready for those who should come to U.S. for compelling reasons.
그렇다면 신원조회 절차 마련에 앞서 과연 미국 당국이 볼 때 탈북자들이 미국에서 살아야 할 그 절박한 이유라는 것이 무엇일 지가 궁금해집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기도 했던 북한 인권옹호 단체 쥬빌리 캠페인 USA 대표인 앤 부왈다(Ann Buwalda) 변호사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그 절박한 이유란 일반적으로 건강상의 문제, 또 미 당국이 북한 관련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는 탈북자에게 관심이 있을 때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nn Buwalda: Compelling reasons may include such things as health issue, and secondly, if the U.S. has an interest in the refugee for some reasons.
한편, 미국에 밀입국한 탈북자 출신 남한 국적자 십여명을 보호하고 있는 뉴욕의 한 한인 목사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을 통해 현재 미 이민구치소에 수감된 탈북자들을 포함해 약 40명 정도가 미국에 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성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