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이명박 대통령이 반대한다고 밝힌 ‘군사적 대응’은 뭘 말하는 건가요?
박성우:
네, 군사적 대응이라는 건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요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군사적 대응에 반대한다”고 한 발언은 하루 전 미국 측에서 나온 발언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요.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현지 시각으로 29일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거든요. 좀 자세히 말씀드리면, “북한의 미사일이 하와이 등을 향해 날아오는 것처럼 보인다면 요격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요격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미국과 한국이 이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피하고 앞으로 대책을 세우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게이츠 국방장관이 미사일을 요격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나요?
박성우: 게이츠 장관의 발언을 잘 들어 보시면, 미국 본토에 떨어질 것처럼 보이면 요격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요격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거든요. 다시 말하자면, 북한 로켓의 사거리가 본토에 도달할 만큼 길지 않다는 판단을 미국이 했을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해석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이 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술과 관련이 있고, 세 번째 이유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류길재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류길재:
사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문제는 군사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그렇게 높은 성공 확률을 가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성공하면 그나마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서 경고를 하는 의미가 있지만, 만약 실패하면 전시 상태에 따르는 상황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실패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까지 오게 되면, 이것은 여러 가지 국제 정세를 좋지 않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파악이 되고요.
그 다음에, 미국 정부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요격 이야기가 2월에 잠시, 초기에 북한이 미사일을 쏘겠다는 징후가 포착됐을 때는 아주 원론적인 차원에서 게이츠 국방장관이 언급하기는 했습니다만, 그것은 역시 원론적인 차원이라고 볼 수 있고.
만약에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향한다거나 했을 때는 물론 안보를 위해서 요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로 이해가 되기 때문에, 지금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만약 그것이 확실하면, 만약에 요격을 해서 그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 역시 미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그래서 우리 정부도 역시 미국과 교감을 한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진행자:
네, 류길재 교수의 말을 정리해 보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쏘는 행위는 그냥 놔두기로 미국과 한국이 마음을 정했다는 건데요. 그럼 로켓 발사 이후에는 어떻게 대응할 걸로 전망되고 있나요?
박성우:
먼저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주에 단독 보도해 드린 데로 북한이 발사한 것이 인공위성이라면 제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러시아가 법적 검토를 거쳐서 미국에 건넸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는 힘들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하지만, 유엔 차원의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게 한국이나 미국, 일본의 방침이기 때문에, 최소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은 나오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고요. 또 일본 같은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에서아시아를 담당했던 전직 고위급 관료가 대북 제재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고위급 관료는 ‘아트 브라운’이라는 인물인데요. CIA의 아시아 지부장을 지냈고, 오바마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정보 팀장을 했던 사람입니다.
브라운 씨가 지난주 한국에서 연합뉴스, 조선일보, 내일신문 3개사와 회견을 했고요. “북한에는 이미 많은 제재가 내려진 상태다. 더 어떤 실질적 효과가 있는 제재를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제재를 취하면, 북한이 분명히 대응해 올 것이다. 2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 이런 내용의 발언을 했습니다.
진행자:
결국은 대화를 하라는 말이군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다만, 미국이 지금 금융위기 문제로 워낙 신경 쓸 일이 많고, 또 외교 사안 중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사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이기 때문에 한국이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는지에 대한 구상을 미국에 제시해 줘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거군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한국이 북한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또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에 한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게 브라운 씨의 의견입니다.
또 자신의 생각으로는 북한이 이번에 장거리 로켓을 쏘는 것도 “한국과 미국을 떼놓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고요.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북한이 한국과 먼저 대화할 것을 권고하고, 한반도 사안을 다룰 때 미국은 한국의 의사를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의 류길재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류길재: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달리, 남북관계가 일단 막혀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오직 미국과 협의를 통해서만 대북 문제에 발언권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내 보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 정부와 한미 공조를 하려면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
다시 말해서 오바마 정부는 여러 가지 세계 경제 위기라든가, 가장 우선시하는 외교 안보 현안으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이란 문제가 중요해서 북한 문제에 그렇게 깊숙이 매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녀서, 한국 정부가 한국의 처지에서, 또 물론 당연히 한미 동맹의 입장에서, 북한 문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구상을 미국에 내놓고, 또 그것이 만약 미국이 가진 생각과 다르다면 설득하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한미 공조의 기반 위에서 일본을 설득하고, 또한 동시에 중국을 설득할 수 있는,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자:
네.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법을 제시하라는 말인데요. 그런데 한국 정부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잖습니까?
박성우:
그렇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냥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하는 건 아니다”는 말도 자주 하거든요.
이제 앞으로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나면, 동북아 정세는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공조해서 한국, 일본이 유엔 안보리에서 조율된 목소리를 내고, 이렇게 되면 또 북한이 최근 들어서 공언하는 대로 북핵 6자회담에 나오지 않는 행동을 포함해서 다양한 대응을 할 걸로 전망되거든요. 이렇게 복잡하게 꼬여가는 동북아 안보 문제의 해법을 한국이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는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입니다.
진행자:
네,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