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당 상인들 ‘국정가격’과의 싸움

중국-김준호 xallsl@rfa.org
2010.04.22
MC: 북한이 화폐개혁 후 금지했던 장마당 장사를 허용했지만 장마당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이 물가를 잡기 위해 북한 당국은 각종 처방을 내놓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국정 가격 지키기’와 ‘가격 상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정작 상인들은 이런 정책이 상당히 현실과 동떨져 있다고 불만이 크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의 장마당 상인들이 당국의 불합리한 물가 통제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물가를 잡겠다고 내놓은 국정가격과 가격상한제 때문입니다.

평양과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하는 평양거주 화교(華僑) 진영숙(가명, 40대 여)씨는 최근 자유아시아 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조선의 장마당에서는 당국과 상인들 사이에 국정가격을 둘러싼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고 말했습니다.

당국에서 물가를 잡겠다고 제시한 국정 가격이라는 것이 물건을 사오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상인들은 이를 어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따라서 가격을 단속하는 단속 요원과의 사이에 숨바꼭질이 벌어지는 형국이라는 겁니다.

진 씨는 상인들은 이렇게 단속 요원을 피해가며 장사를 하는 모양을 일명 ‘유격전 장사’라고 부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진 씨는 상인들이 국정가격 또는 당국에서 정한 상한 가격 이상으로 물건을 팔다 단속되면 단속 요원들이 물건을 압수해 가는데, 이렇게 압수된 물건 중 일부는 단속 요원들이 떼먹고 일부는 국영 상점으로 보내져 국정 가격으로 팔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형태를 놓고 상인들 사이에는 “나라에서 백성들 물건을 빼앗아 장사하는 격”이라고 당국의 처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 씨는 그러나 주민들이 국영 상점이나 백화점 등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배정표’는 가구 당 한 두 장밖에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 무실한 제도지만 텔레비전 등에서는 국영 상점에서 국정 가격으로 물건을 판다고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중국을 자주 왕래하는 신의주 주민 조 모씨도 진 씨와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장마당에서 압수한 물건들이 평양의 국영상점이나 백화점으로 보내진다는 소문이 있고 이런 당국의 행태에 대해 상인들과 주민들은 지방에서 물건 뺏어다가 평양 사람들에게 인심을 쓰는 격이라며 당국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편, 북한의 최대명절, 태양절을 앞둔 4월 중순에 비교적 안정을 찾던 물가와 달러 시세가 최근 들어 또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평양에서 친척 방문 차 중국에 온 류 모씨는 쌀과 외화 시세가 수시로 바뀌고 있지만 자신이 북한을 떠난 20일 경에는 “쌀 1Kg에 800원, 미화 100 달러에 87,000원 수준”으로 올라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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