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정해원 전 축구국가대표 “예전엔 남북 선수들 악수도 안해”

남북한은 10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첫경기에서 1대1로 비겼습니다. 오늘 <만나고싶었습니다>의 주인공은 80년대 가장 유명했던 한국 축구선수 중 한 명인 정해원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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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당시 쿠웨이트에서 열렸던 아시안컵 준결승 남북대결에서 두골을 넣어서 한국의 2-1 우승을 견인한 정해원씨는 현재 한국의 프로축구단인 <인천유나이티드>에서 선수를 선발하는 ‘스카우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해원씨는 80년대 ‘북괴’라고 불렀던 북한의 선수들과 경기를 했던 때를 떠올리면서 요즘 남북 축구경기 하는 모습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박성우 기자가 정해원씨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박성우

: 정해원 선생님 안녕하세요.

정해원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10일 중국에서 남북 축구 경기가 있었습니다. 1대1로 비겼는데요. 먼저 관전평을 좀 부탁드립니다.

정해원

: 뭐 우리 아이들이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북한전에서 우리가 3점 승점을 따야했는데, 못땄기 때문에… 홈경기도 있기 때문에, (승리는) 홈경기로 미뤄야 할 것 같아요.

박성우

: 누가 더 잘하는 거 같던가요?

정해원

: 대체로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북한 선수들 보다는… 뭐라고 말씀 드리기에 그렇지만… 북한 선수들보다 (기량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박성우

: 아 그렇게 보셨군요. 왜 그렇게 됐을까요? 사실 한국 국가대표들은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들어갈 정도로 잘 했잖아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북한선수들의 선전은 눈에 띄고 한국 선수들은 좀 못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가 돼 버렸을까요?

정해원

: 그건 저희가 2002년이후로 벌써 6년이 지났는데… 2002년 당시 선수를 아직 기용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월드컵 팀 주장인 김남일 선수는 벌써 6년동안 월드컵을 두번씩이나 나간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조금… 물론 그건 대한축구협회에도 문제가 있는 부분이에요. 우리가 향상을 해서 선수들을 바꿨어야 됐는데, 바꾸지 못해서… 물론 많은 신진 선수들이 나왔지만 너무 안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 4강에 대한 (잘 했던 때에 대한) 생각만 갖고 있다 보니까, 우리가 너무 안주했지 않나 싶어요.

박성우

: 대 선배 축구 선수로서 그런 평가를 객관적으로 해 주신 거 같습니다. 그럼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북한 선수들은 어땠습니까?

정해원

: 아무래도 북한은 저희와 경기를 해서 근래에 이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와 해서 꼭 이기겠다는 그런 생각이 강했던 거 같아요.

박성우

: 그럼 정신력에서 북한 선수들이 좀 앞섰다… 그렇게 평가를 하시는 건가요?

정해원

: 그럴 수도 있지요. 제 생각에는…

박성우

: 10일 경기도 1-1로 끝났기 때문에 이제 남북한 역대 국가대표 경기의 전적은 5승7무1패가 됐습니다. 무승부가 참 많은데요. 자료를 보니까, 93년 미국 월드컵 예선 경기때 한국이 3-0으로 이긴 이후로는, 무려 15년 동안이나 무승부가 이어졌거든요. 정해원 선생님, 국가대표 출신이시고 전문가이시니까, 분석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왜 이런 거라고 보시나요?

정해원

: 아무래도 저희가 북한보다는 한 수 위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고. 그런 부분에서 우리 선수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북한과 경기를 하면 이길 수 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경기력에 영향이 많이 생긴 거 같아요.

박성우

: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이 위이기 때문에 북한 전력을 한 수 아래로 본 것이 문제가 아니었나… 이런 해석이신가요?

정해원

: 그런 부분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박성우

: 알겠습니다. 정해원 선생님께서는 80년 쿠웨이트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 남북대결에서 무려 두골을 넣어서 한국의 2-1 우승을 만들어 내셨는데요, 10일 경기 보시면서 당시 80년대 분위기와 비교를 해 보시면, 참 느껴지는 게 많으실 거 같아요. 후배들 경기하는 모습 보시니까 80년대와 비교해서 가장 큰 차이점이 뭐던가요?

정해원

: 제가 선수를 할 때는, 북한이라는 팀 자체가 북괴였었고. 지금은 많이 완화됐잖아요. 저희때는 대치상황이라서… 지금도 물론 대치상황이지만, 그때는 정말 ‘적과의 동침’이라고 할까… (웃음) 그랬으니까, 저희때는 정말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박성우

: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는 말씀이신데… 경기 중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정해원

: 말 그대로, 80년대에는 우리가 북한 선수를 본다는 건 쉽지 않았거든요. 북한 사람을 만난다는 거 자체가 쉽지 않았었고, 지금은 우리가 왕래도 많이 하고 거래도 많이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 거래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경기를 하면서도 상당히 부담을 많이 갖고 했어요.

박성우

: 요즘에는 남북 경기를 하고 나서… 비단 축구 뿐만 아니고 다른 경기에서도 끝나고 나면 서로 악수도 하고, 어떨 때는 식사도 같이 하고 그런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하거든요. 80년대 당시에는…

정해원

: 그 당시에는 조영증 선배님이 주장이었어요. 주장끼리 악수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당시 북한 주장이 조영증 선배님과 악수도 하지 않았어요.

박성우

: 아하. 그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보면 되는 거군요.

정해원

: 네.

박성우

: 알겠습니다. 80년 당시에 정해원 당시 선수께서 두 골을 넣었던 게 굉장히 의미가 있었지 않습니까? 먼저 남북 분단 이후 열린 두번째 축구 대결에서 한국이 넣은 첫번째 골이었습니다. 왜냐면 첫번째 경기가 78년에 태국 방콕에서 열렸는데, 그것도 0-0으로 끝났었기 때문이었죠. 또 (80년 당시 경기는) 1-0으로 뒤지다가 정해원 선생님이 두골을 연이어 성공시켜서 경기를 승리로 이끈 거 아닙니까.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집권 중이었는데. 대통령 자신도 굉장히 축구를 좋아하던 분이었고. 혹시 뭐 직접 전화를 받으셨다든지… 이런 일이 있을 법 했는데. 어땠습니까?

정해원

: 당시에 대통령께서 직접 전화를 하셔서 우리 단장님과 통화도 하고 저희 선수들 격려도 해 주고 했어요.

박성우

: 아 그러셨군요. 선수로서 기분 굉장히 좋으셨을 거 같은데…

정해원

: 그렇죠. 그 당시에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는다는 거 자체가 영광이었으니까…

박성우

: 선생님, 그럼 만약에 그 경기에서 졌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정해원

: 졌다면 좀… 75년도인가 북한과 청소년 대표 시합을 했는데… 저희 선배님들이 1-0으로 졌어요. 그 당시 경기 위원장이 모 기관에 가서 상당히 혼 났다는 소문도 있고… (웃음)

박성우

: 왜냐면 그때는 체제대결이 심각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체육 경기도 그냥 체육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던 거 같은데요.

정해원

: 네.

박성우

: 알겠습니다. 선생님이 두골을 넣어서 2-1로 이겼던 그 경기가 끝나고 나서, 이제 강산이 세번이 바뀔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요. 이젠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죠. 한국에서 뛰는 축구 선수가 북한 대표팀에 합류하기도 하고… 예를 들어서, 안영학 선수는 조총련 소속이라서 가능한 일이겠습니다만 지금 한국의 프로축구단에서 뛰고 있고, 또 정대세 선수는 일본에서 뛰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고… 이런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실 것 같은데요.

정해원

: 아무래도 세월이 그렇게 흘렀기 때문에. 강산이 세번이나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 북한 선수들이 우리나라에서 경기를 하고, 또 북한선수가 일본 J리그에서 뛴다는 거는… (그 차이는) 세월이 말해주는 거 같아요.

박성우

: 정말, 선생님 80년대에 선수생활 하실 때는 악수도 하기를 거부하던 북한 선수들이 이젠 30년 세월이 흐르고 나서는 한국에 와서 프로 경기를 같이 뛰고 있다는 거… 정말 격세지감 느껴지시겠습니다.

정해원

: (웃음) 그렇죠.

박성우

: 또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10일 열렸던 경기도 원래는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잖아요. 벌써 두번째입니다마는, 평양에서 열릴 남북경기는 모두 중국에서 하고 있는데… 이런 거 보면 어떤 생각 드십니까? 여전히 축구경기에서도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게 있다는 게 느껴지는데…

정해원

: 그건 당연히 있는건데. 이건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설명 드릴 수는 없고… 이건 있어서는 안될 부분인데… 북한에서 정치적인 이유 하나로 우리 팀을 거부한다는 거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거죠. 다른 팀은 다 (평양에) 들어가는데, 왜 우리 나라만 못들어가는지… 어찌보면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에요.

박성우

: 알겠습니다. 오늘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지금까지 남북축구대결…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분이죠.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이신 정해원 선생님과, 80년대 남북 축구경기 분위기와 현재 경기를 보시면서 느끼시는 감회를 들어봤습니다. 정해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해원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