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손전화 유통구조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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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국제통신센터 안에 위치한 고려링크의 손전화 판매소 간판.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손전화 판매소가 있었다.(2011년 8월)
평양 국제통신센터 안에 위치한 고려링크의 손전화 판매소 간판.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손전화 판매소가 있었다.(2011년 8월)
사진: 문성희 박사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손전화 유통구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손전화를 어디서 사셨습니까? 체신관리소나 봉사소에서 사신 분들이 많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공식 판매기관마다 국정가격을 붙여서 판매량이 할당되지만, 장사꾼들에게 뒤로 빼돌리는 물량이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보통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손전화를 사려면 몇 달이 걸리겠죠. 아리랑같은 지능형 손전화기는 그래도 빨리 살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비싼 전화기라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이렇게 손전화 장사꾼들이 중간에 끼어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실제 내야하는 가격은 원래 국정가격 보다 크게 뛸 수밖에 없습니다. 장사꾼들이 뇌물도 고이고 중간 이익도 챙겨야 하니까요. 주민들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손전화 사려고 몇 달씩 기다리기는 어렵겠죠. 다른 사람이름으로 등록된 대포폰을 쓰려면 어차피 장사꾼들의 손을 거쳐야 할테니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겠네요.

그런데 요즘엔 체신소가 이중가격으로 손전화를 파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민증을 가져와서 자기 이름으로 제대로 손전화를 사려는 사람한테는 국정가격으로 팔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등록된 손전화를 쓰려는 사람한테는 더 높은 가격으로 판다는 거죠. 체신소가 장사꾼 노릇을 한다는 건데, 아마도 손전화 장사꾼들이 파는 가격보다는 좀 낮거나 비슷하게 받을 거 같습니다. 그래야 장사가 될테니까요.

사실 국정가격도 미국이나 한국에 비하면 너무 비싸죠. 그런 면에서는 북한에서도 자본주의 시장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는 있겠습니다. 어느 한 공급자가 독점하는 시장에서는 여러 공급자가 경쟁하는 시장보다 물건값이 높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서방세계에서는 보통 그런 경우에 국가가 나서서 독점의 벽을 허물어서 더 많은 경쟁자들이 생기게 합니다. 소비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오히려 국가가 손전화 시장을 독점해서 거기서 나오는 이익을 그대로 챙기고 있습니다. 2008년말 고려링크 손전화 서비스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도 손전화 판매에 참여하고 싶어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고려링크의 지분 75%를 갖고 있는 오라스콤으로서는 당연한 바램이었지만, 북한 당국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손전화 독점 판매에서 나오는 엄청난 이익을 나누고 싶지 않았던 거죠.

미국과 한국에서는 이런 독점 판매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이용자 입장에서 유리합니다. 판매소에 가면 미국의 애플, 한국의 삼성과 LG, 중국의 화웨이, ZTE, 이런 세계적인 생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만든 손전화를 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최신 지능형 손전화는 당연히 수백 달러를 줘야 하지만, 통신회사들의 경쟁을 잘만 활용하면 공짜로,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돈을 받아가면서 손전화를 살 수 있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미국에서 큰 명절에 단돈 1달러를 주고 손전화를 샀던 기억이 납니다. 통신회사들이 생산업체들로부터 손전화를 도매로 사서 가입자들에게 팔고 있는데, 손님을 더 끌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싸게 팔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통신회사들이 큰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통신요금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습니다. 보통 서비스 가입 기간은 2년인데요, 통신회사가 정한대로 음성통화와 통보문, 데이터 요금을 2년동안 계속 지불해야 합니다. 중간에 가입을 해지하면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미리 비싼 손전화를 받고 2년동안 서비스 요금으로 갚아 나가는 셈이죠.

미국에서는 요즘에 아예 처음부터 할부 판매를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2년 동안 한 달에 40달러씩 내면, 900달러짜리 최신 지능형 손전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2년동안 같은 통신회사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공짜는 없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업체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이용자 수는 자연스럽게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런 손전화 유통구조가 크게 아쉬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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