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북한 손전화와 과시성 소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의 손전화 가입자 수가 최대 5백만 명에 이르면서, 이제는 손전화를 가질만한 사람은 다 가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천2백 달러였습니다. 한국이 3만1천 달러였으니까 한국의 4% 정도에 그쳤던 겁니다. 그런데 손전화 가입자 수는 북한이 인구100명 당 최소한 15명, 한국은 129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손전화 가입자 수가 한국의 10%를 넘습니다. 경제수준은 한국의4% 밖에 안되지만, 손전화 가입자 수는 10%가 넘는 겁니다. 북한의 경제수준을 감안할 때 이 정도면 이미 포화상태를 넘은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도대체 무슨 돈으로 북한 주민들이 손전화를 구입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간부나 무역일꾼, 돈주들은 휴대전화를 몇 대 씩 갖고 다닐 수 있는 능력이 있겠죠. 2008년말 고려링크가 손전화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에는 주로 이런 사람들이 이용객들이었을 겁니다. 처음에는 손전화 단말기 공급물량이 적어서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려웠습니다. 힘있는 사람이나 뇌물을 바칠 재력이 있는 사람들만 단말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손전화가 점차 보급되고 당국의 규제도 줄어들면서 한국으로 탈북한 가족들이 보내준 돈으로 손전화를 사는 사람들이 생겨 났습니다. 탈북자들의 연간 송금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 때1천만 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상당한 규모인데요, 북한에서는 한국에서 들어오는 이 돈을 ‘한라산 줄기’라고 부른다죠. 북한 주민들의 장사 밑천으로 이 만한 것도 찾기 어려울 겁니다.
물론 장사꾼들이 돈을 벌면서 손전화를 살 여유가 생기고, 손전화 없이는 장사하기 어려워진 점도 있습니다. 장사를 위해서는 손전화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겁니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는 경제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손전화 가입자 수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경제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또다른 뭔 가가 작용하고 있다는 거죠. 전문가들은 이걸 ‘과시성 소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꼭 필요하지 않아도 혹은 무리를 해서라도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물건을 사는 걸 말합니다. 과시성 소비는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 상관없이 전세계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싼 수입품, 명품이라고 부르는데요, 체면을 차리기 위해서 분수에 맞지 않은 명품을 사는 세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명품은 사고 싶은데 돈은 없는 사람들을 공략하는 모조품, 이른바 짝퉁 시장도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손전화는 부의 상징이 됐죠. 손전화가 있는지, 있으면 어떤 손전화인지, 몇 대나 있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잘 사는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손전화가 없으면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여자친구조차 사귈 수 없다는 말이 있죠. 비싼 손전화를 살 수 있다는 건 집에서 고기 좀 먹고 있다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부모에게 졸라서 손전화를 기어코 사는 일이 많습니다. 물론 부모 본인들이 자기 체면을 위해서 그러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농작물이나 재산을 파는 사람들도 있고, 굶어도 좋으니까 손전화는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손전화를 사려면 보통 100달러는 줘야 하고, 똑똑한 전화기 스마트폰은 비싼 경우 700달러까지 하니까 손전화를 사려고 재산을 팔았다는 말이 나올 법합니다.
북한이 손전화 가격을 현실에 맞게 책정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