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음성통화와 통보문 이용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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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음성통화와 통보문의 이용추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 달 200분 기본 통화시간. 석 달마다 3천 원을 내고 받는 통화시간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걸 거의 공짜로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달에 1천 원을 내는 셈인데, 장마당 환율로 치면 반의 반 달러도 안되니까 그렇게 느끼나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거의 공짜처럼 받는 한 달 200분이지만, 쓰다 보면 정말 금방 없어집니다. 전화를 자주 써야하는 사람들, 특히 장사꾼들한테 200분은 밥지어서 한 숟가락 맛만 보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손전화 안에 수십 명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고 여기저기 전화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앉아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죠. 거래 상대방과 서비차 운전수의 손전화 번호만 알면 굳이 물건을 직접 나르지 않아도 쉽게 장사할 수 있으니까요.

손전화로 친구들, 친지들과 통화하는데 재미가 들린 사람들에게도 한 달200분은 너무 짧습니다. 특히 철없는 아이들에게는 손전화가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난감 같을 겁니다. 정신없이 전화를 쓰다 보면 200분은 며칠만에 없어지고 맙니다. 한 달에 통보문 20개도 금방 없어지죠.

그런데 미국과 한국처럼 손전화가 널리 보급된 나라들에서는 음성통화 이용이 점점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경우 2008년 한 달 평균 180분 정도 음성통화를 했지만 해마다 줄면서 좀처럼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사람들이 음성대화 보다는 문자대화를 더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음성통화가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폭발적으로 통화량도 늘었지만, 사람들이 점차 문자로 대화하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겁니다. 저희 아들도 몇 년 전 통보문 200개를 보냈다가 그 달에 요금 폭탄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짧은 통보문이든 긴 통보문이든 요금은 같은데, 장난스런 대화를 친구들과 밤새도록 정신없이 주고받은 겁니다.

그런데 이런 추세는 어른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이 바쁠 때 전화하면 방해가 될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통보문을 보내면 바쁘더라도 중간에 슬쩍 읽을 수 있고 나중에라도 볼 수 있습니다. 점심 약속 장소와 시간을 알려줄 때도 굳이 음성통화로 길게 얘기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필요한 내용만 통보문으로 보내면 됩니다.

이런 추세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손전화 보급으로 연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연락해야 할 사람은 많은데 일일이 음성통화로 하다 보면 시간을 많이 뺏기고 귀찮다는 겁니다. 반면에 통보문은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각자 편한 시간에 간단하게 정보를 보내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보문은 대화기록이 남아 있어서 나중에 대화 내용이 기억이 안 나도 다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대화방에서 통보문을 주고받을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다같이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습니다. 모임 장소와 날짜를 정할 때 아주 유용합니다.

여기에 더해 통보문에 사진과 동영상을 첨부해서 보내는 재미도 있습니다. 여러 말로 설명할 필요 없이 사진과 동영상만 보내면 자세한 정보를 쉽게 주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요금을 받지 않는 음성통화와 통보문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미국에서는 페이스북이 이런 기능을 대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통신사들이 음성통화와 통보문은 기본요금만 받고 무제한으로 쓸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많이 쓰는 기능이 아니니까 크게 손해는 안 본다는 계산일 겁니다. 대신 손전화로 인터넷을 많이 쓰기 때문에 데이터 요금을 비싸게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직 무제한 통화시간, 통보문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인터넷을 막아 놓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쓸 일이 거의 없고, 통보문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는 것도 아주 까다롭게 해 놓았죠. 손전화 서비스를 음성통화와 통보문으로 한정해서 요금 장사를 하고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도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손전화 요금 충전에 대해서는 다음시간에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