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기극 ‘간 큰 가족’ 시사회 웃음과 감동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통일 자작극을 희극적으로 그린 남한 영화 ‘간 큰 가족’이 남한 내 개봉을 앞두고 25일 시사회를 가졌습니다. 통일이 돼야 50억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아버지의 결심에 가족들이 통일 자작극을 꾸며 유산을 상속받고자 한다는 희극적인 줄거리지만 그 안에는 이산가족의 진한 슬픔도 담겨 있습니다. 영화 ‘간 큰 가족’의 이모저모를 이장균 기자가 소개해 드립니다.

1997년 남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조명남 감독의 ‘우리의 소원은’ 대본을 영화로 만든 ‘간 큰 가족’이 완성돼 25일 서울에 있는 서울극장에서 시사회를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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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부인 앞에서 북에 두고 온 마누라 타령만 해대는 간 큰 남편 김 노인은 오매불망 북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을 만나는 게 소원인 실향민입니다. 여느 때처럼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 신청서를 내고 돌아오던 김 노인은 그만 발을 헛딛고 계단에서 굴러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가족들은 김 노인이 간암말기라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간암말기인 아버지에게 50억원의 유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만 이 유산은 통일이 됐을 경우에만 상속받을 수 있다는 기이한 조항이 달려 있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과 자칫 통일부로 전액 기부돼 버릴 뻔한 50억 유산을 사수하기 위해 가족들은 통일이 됐다는 담화문을 담은 가짜 뉴스프로그램을 제작해 임종 전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감쪽같이 가짜 통일 상황을 믿게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엉뚱하게 바뀝니다. 통일이 됐다는 말에 아버지의 암증세가 기적적으로 호전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짜로 만들어 낸 통일신문을 본 김 노인이 남북단일팀 탁구대회를 봐야겠다는 통에 가족들은 졸지에 탁구선수로 변신해 경기장면을 카메라에 담기도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김 노인은 평양 교예단이 서울에서 공연을 한다는 가짜 기사에 다짜고짜 서커스를 보겠다고 우겨 평양 교예단 서커스공연까지 만들어 냅니다.

영화 ‘간 큰 가족’은 실제 북한에서 촬영까지 진행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지난 2월에 5박6일 배우와 스태프 170여명 전체가 금강산에서 촬영을 했고 당시 현지에서 이동 중에 촬영한 필름 일부를 북한 측이 압수하는 사태도 있었습니다.

당시 배우 감우성은 금강산 촬영을 모두 마치고 남한으로 돌아가기 전날 북한 군인을 우연히 만났던 얘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 군인은 감우성 씨가 영화배우라고 밝히면서 자신이 이번에 촬영하는 ‘간 큰 가족’ 외에도 ‘결혼은 미친 짓이다’ ‘알포인트’ ‘거미숲’ 등을 찍었다고 하자 놀랍게도 북한군인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봤고 ‘엽기적인 그녀’, ‘편지’ 라는 영화도 아주 재미있게 봤다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전했습니다.

25일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김수로 씨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서는 영화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이 울었다며 영화가 웃음 일변도의 희극이 아니라 그 저변에는 이산가족의 아픔과 한이 배어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영화 ‘간 큰 가족’은 쓰러진 어머니를 위해 동독의 서독통일을 꾸몄던 2002년 독일영화 ‘굿바이 레닌’과 얘기가 비슷하지만 ‘간 큰 가족’의 대본이 5년 먼저 탈고됐습니다. 개성이 강한 남한의 여러 배우들의 희극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간 큰 가족’은 오는 6월 9일 남한 극장가에 개봉됩니다.

이장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