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성행에 방범견 기르는 북 주민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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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에서 도난사건이 빈발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북한 주민들속에서 급증하는 도둑을 막기 위해 방범견(경비견)을 키우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포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 3일 “코로나 장기화로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요즘 도둑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사람들은 대낮에 잠깐이라도 집을 비우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항구 구역에서 도둑이 재산을 털어가는 도난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모두 깊은 밤에 일어난 것”이라며 “출입문과 창문을 든든히 잠갔지만, 도둑이 빠루 같은 공구로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식구들이 자고 있는 방에 들어와 식량과 TV, 자전거 등 돈이 될 만한 물건을 다 가져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런데 잠자던 식구들은 문을 뜯는 소리는커녕 도적들이 자전거에 짐을 싣고 유유히 사라질 때까지도 아무 것도 모르고 잠에 골아 떨어졌다”면서 “사람들은 도둑이 출입문이나 창문 짬으로 잠든 사람들이 깨어나지 못하게 무슨 약을 뿌린 다음 도둑질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전에도 도둑은 많았지만 지금처럼 집에 사람이 자고 있는데도 버젓이 식량과 재산을 털어가는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가뜩이나 살기 바쁜데 도둑까지 성행하니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안전부에 신고를 해도 별로 달라질 것은 없다”면서 “안전원들이 증거를 찾는다며 현장을 조사하고 수사도 한다고 하지만 도둑을 잡았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러다 보니 일부 돈 있는 사람들은 애완견이 아니라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키기 위해 일반 개보다 사납고 용맹한 셰파드 종자의 개를 구입해 키우고 있다”면서 “심지어 어디서 구해 왔는지 모르겠으나 군부대와 안전부에서만 보유하고 있는 군견의 새끼 개를 키우는 집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한번 도둑을 맞았거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셰파드를 키우고 싶어 한다”면서 “암컷 세파드를 키우는 집의 개가 새끼를 낳기 전부터 강아지를 사겠다는 사람들의 순서가 정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도 지난 4일 “코로나 장기화와 국경 봉쇄로 장사가 잘 안돼 모두가 아우성이지만 설상가상으로 도둑이 성행하는 것이 더 큰 걱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도둑이 한번 들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낮에도 집을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면서 “하루종일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집을 지킬 사람이 없는 경우 돈이나 강냉이를 주고서라도 친척이나 믿을만한 사람을 집에 앉혀놓고 시장에 나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인민반에서 도둑을 막기위해 자체경비조를 조직해 경비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경비를 서는 사람은 다 노인과 가두여성(주부)들”이라면서 “‘열 명이 지켜도 도둑 하나를 못 막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각 인민반마다 경비원이 있어도 절도사건은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특히 최근에는 잠시 세워둔 자전거를 훔쳐가다 못해 사람이 타고 가는 자전거를 강도질하는 사건도 발생했는데 밤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성을 뒤에서 큼직한 돌이 들어 있는 배낭을 휘둘러 쓰러뜨리고 자전거를 빼앗아 달아나던 도둑이 마침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 의해 붙잡히는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괜찮은 자전거를 한 대만 도둑질해 팔면 40만원 이상 받는데다가 타고 달아나기도 쉽다 보니 한번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자전거를 노리는 도둑이 많다”면서 “같은 직장에 다니는 내 친구도 며칠 전 집 창문 앞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밥을 먹는 사이에 도둑이 뻰찌(펜치)로 열쇠를 자르고 훔쳐갔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옛날부터 나라가 어수선하고 백성들이 살기 힘들어 하는 시기에 도적이 성행한 것으로 안다”며 “인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킨다는 안전원들이 거들먹거리며 주민들을 통제하고 못살게 구는 것은 잘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흐리게 하고 사람들을 더 큰 나락에 빠뜨리는 도둑은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