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국가제일주의 선전에 냉담한 반응

서울-안창규 xallsl@rfa.org
2021.10.12
북 주민, 국가제일주의 선전에 냉담한 반응 북한이 당창건 76주년을 맞아 뜻깊게 경축하고 각지에서 다채로운 경축공연들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연합

앵커: 북한당국이 지난 수년 동안 ‘우리 국가제일주의’에 대한 주민 교양과 선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우리 국가제일주의선전에 주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통적으로 수령과 당을 중시해온 북한은 2019년부터 ‘국가제일주의’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면서 국가 우선주의를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언론과 선전매체를 동원해 ‘우리 국가제일주의’에 대한 교양과 선전을 통해 주민들의 애국심과 충성심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 11일 “당창건 기념일을 맞으며 진행된 다양한 경축 행사에서도 평시와 다를 바 없이 ‘우리 국가제일주의’가 지속적으로 강조되었다”면서 “하지만 ‘우리 국가제일주의’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무관심을 넘어 아주 냉담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0월 10일을 맞으며 진행된 기념보고대회, 기념강연회, 사진전시회, 예술공연 등 여러 경축 행사장들에 ‘우리 국가제일주의’ 구호가 있었다”며 “보고대회와 강연회에서 당에 대한 찬양과 함께 ‘우리 국가제일주의’가 수차 언급되었고 공화국의 공민이라면 누구나 당의 영도에 따르고 충성하는 것이 가장 큰 영광이고 행복이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TV와 방송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국기’의 노래가 나오고 길거리를 오가는 방송선전차들도 이 노래를 집중적으로 내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은 당국이 요란하게 강조하는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새로운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12일 “요즘은 노동당과 함께 국가우선주의가 특별히 강조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당의 영도를 충성으로 받드는 것이 핵심인 ‘우리 국가제일주의’가 ‘우리당 제일주의’와 본질에 있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언제부턴가 셈에도 없던 국기와 국가, 국화, 국조(국가 상징 새∙ 참매)가 강조되면서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며 “공공장소나 길거리, 일터 등 곳곳에 국기가 걸리고 옷과 모자, 신발 같은 상품에도 국기가 새겨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전에도 ‘우리 수령 제일주의’ ‘우리 당 제일주의’ ’우리 민족 제일주의‘를 요란하게 떠들었지만 그런다고 달라진 것은 전혀 없었다”면서 “당국이 주장하는 ‘우리 국가제일주의’가 철이 지나 효과가 떨어진 ‘수령과 당 제일주의를 대체하는 하나의 구호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과 수령만 중시하다가 방향을 바꿔 국가를 언급하고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은 침체된 경제와 어려운 주민 생활은 아랑곳없이 핵과 미사일 같은 무기에만 몰두하는 지도자와 당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와 충성도 하락을 감안한 계획적인 시도인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사람들은 수령, 당, 민족, 국가를 번갈아 등장시키면서 주민들에게 충성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당면한 가난을 시급히 해결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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