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경봉쇄 장기화로 문 닫는 외화상점 늘어

김준호 xallsl@rfa.org
2020.06.25
store620.jpg 사진은 평양순안공항 탑승대합실 면세점 직원.
사진-연합뉴스

앵커: 신형코로나사태로 북-중 국경봉쇄가 장기화되면서 북한 통치자금 조달 창구의 하나로 꼽히는 외화상점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무역 대방들과 자주 소통하고 있다는 중국 변경도시의 한 무역업자는 “북조선 내 무역관계자들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북조선내 외화상점의 상당수가 이미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문을 닫지 않고 버티고 있는 외화상점들도 앞으로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외화상점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국경무역이 막혀 중국으로부터 물건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외화상점을 찾는 사람들은 질 좋은 수입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인데 수입품 품귀현상으로 팔 물건이 없고 또 비싼 수입품을 외화로 구매할 만한 여력이 있는 주민들도 대폭 감소했으니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북조선에는 평양에만 20여 개의 외화상점이 있고 청진, 함흥, 신의주 등 지방 도시에도 각각 5개 이상의 외화상점이 있어 전체적으로 50여 개의 외화 상점들이 운영되고 있다”면서 “외화로만 물건을 팔기 때문에 이곳에서 얻어지는 이익금의 대부분은 노동당 통치자금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외화상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지배인은 대부분 권력층의 친인척들”이라면서 “이익금의 대부분은 당에 바쳐야 하지만 그래도 일부는 지배인 몫으로 인정해주면서 이들 지배인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간부들의 충성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청진에 거주하는 한 화교 주민소식통은 “외화상점의 물건은 돈 있는 사람들로부터 외화를 뽑아내기 위한 특수상점이기 때문에 고급 상품들만 들여놓는다”면서 “고급 물품 조달을 위해서 지배인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직접 중국에 출장을 가서 물건을 구입해 온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5개월 가까이 국경이 막혀 있다보니 중국에서 고급 상품 구입이 불가능해졌고 찾는 고객도 급감하다보니 외화상점 운영이 어려워지는 건 당연한 결과”라면서 “국경이 완전히 다시 열리지 않는 한 북조선 내 50여개의 외화상점중 몇 개나 살아남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북한이 외화상점을 처음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김일성이 통치하던 1975년으로 알려져 있으며 초창기에는 외국인으로 한정해 엄격하게 이용자를 제한했으나 86년 6월부터는 ‘외화와 바꾼 돈표’를 소지한 내국인에게도 이용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화상점에서 근무하다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경제상황이 대 혼란을 겪으면서 주민들이 외화를 돈표로 바꾸는 것을 거부하고 직접 외화로 거래하기 시작했다”면서 “북한의 일반주민들도 외화만 있으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외화상점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며 주로 신흥 돈주들이 외화상점의 주고객으로 등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