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단둥거주 한국인 급감으로 남북 비공식 교류 차질

김준호 xallsl@rfa.org
2020-06-30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중국 단둥 고려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단둥 고려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중국 단둥시는 한국인 거주자가 많아 한국상품과 한류문화 소개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단둥시에 상주하는 한국인 숫자가 급감하고 있어 남북민간교류 비공식 창구로서의 역할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10년 넘게 단둥에 상주하면서 중국과 북한상품을 한국에 수입하는 중계무역을 해왔다는 한 한국인 사업가는 29일 “내달 19일 지금까지 해 오던 모든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영구 귀국을 하게 되었다”면서 “이곳에서 사업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중국당국이 발급한 체류비자의 만기가 도래한 사람들은 모두 귀국해야 하는데 일단 귀국을 하면 신형코로나 전염병 방역을 이유로 중국당국이 한국인에게 중국입국 비자를 내 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때 3천명이 넘던 단둥의 상주 한국인들이 올 들어 야금야금 빠져나가고 아직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3백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나머지 한국인들도 다음달(7월)이면 중국인과 결혼한 한국인 배우자를 빼고는 모두 귀국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코로나사태가 몇 달 안으로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비자만료를 앞두고 귀국하는 한국인들은 하던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영구 귀국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단둥에 정착해 열심히 사업을 하면서 한국상품과 음악, 영화, 드라마 등 한류문화를 북한 내에 전파시키던 한국인들이 단둥을 떠나면 단둥의 남북간 민간교류 창구 역할은 쇠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아쉬워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중국당국은 코로나가 한창 창궐해 이동을 통제하던 지난 2월경에는 비자만료기간이 도래한 한국인들에게 60일간의 비자연장을 해주었지만 지난 3월부터는 한국인에 대한 더 이상의 비자 연장은 없다”면서 ”비자기간이 만료되어도 무한정 체류를 연장해주고 있는 북한주민들과 형평성도 고려하지 않는 차별대우를 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이와 관련 단둥의 또 다른 한국인 사업가는 “단둥에서 20년 가까이 한국식품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은 비자가 만료돼 중국인 종업원들에게 식품점을 맡겨 놓고 한국으로 귀국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비자를 받지 못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단둥에 출장 나온 북한주민들이 이 식품점을 자주 이용해서 평양에서도 이 가게 이름을 다 안다는 유명한 가게인데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운명에 처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단둥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전자, 전기용품 상점들도 여럿 있는데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에 있어 한국인 주인들이 가게를 매각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단둥의 한국교민 모임인 단둥한인회도 한국인 거주자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바람에 존속의 의미가 사라졌다”면서 한국인과 북한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리던 ‘고려거리’에는 한국인은 안 보이고 북한사람들만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단둥 고려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조선족 주민은 “한국인이 다 떠나면 단둥시 정부가 지정한 ‘고려거리’가 ‘조선거리’로 바뀌지 말라는 법도 없다”면서 “단둥에서 한국인이 사라지면 한국물건과 한류문화 또한 사라질 텐데 이는 단둥시민들이나 북한 여행자들에게는 끔찍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중국 단둥은 중국의 육지 접경도시 중에서 가장 큰 도시로 꼽히고 있으며 북-중교역의 90% 정도가 이곳 단둥과 신의주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비록 비공식적이지만 남북간의 민간교류도 이 곳 단둥을 통해 활발히 진행되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국인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러시아 또 유럽인들의 입국을 막고 있습니다. 대부분 한국 사업가들은 중국 기업이 발급하는 초청장을 가지고 상용비자를 받아 중국에 입국하는데 일반적으로 그 체류 기간은 90일 혹은 30일 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