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코로나 그림자] ➁ 떼돈 버는 특권층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21.03.02
[북한의 코로나 그림자] ➁ 떼돈 버는 특권층 평양 류경생활용품공장에서 마스크를 생산하는 모습.
AP

앵커: 코로나사태로 인해 북한이 국경을 봉쇄 한지 1년 남짓. 북한 서민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기둥인 비공식 무역(밀수)과 시장(장마당)이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코로나의 그림자]를 세 차례에 나눠 기획 보도합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로 <떼돈 버는 특권층> 편입니다. 보도에 손혜민 기자입니다.

 

마스크 판매수익 1일 평균 1...돈 밭에 앉은 당·군 무역회사

코로나 방역을 초특급비상방역체계로 대폭 강화한 북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기회로 하루에만 억대의 돈을 벌고 있는 특권층 회사들의 실태가 전해졌습니다. 당과 군 소속 무역회사들이 마스크 시장을 독점한 채 떼돈을 벌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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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주민: 마스크가 그게 돈이 됩니다. 하나에 도매가 2천원인데, (정주시에서) 사민(주민)들만 20만 명이라고 쳐도 사람들이 하루에 마스크를 한 개 사면 국돈으로 4억이잖아요. 3일에 한번 계산해도 하루 (마스크)판매로 1억 넘게(1억3천만원) 나와요

평안북도 정주시에 살고 있는 현지 주민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마자 정주시에는 국영피복공장에서 마스크 생산을 시작했는데, 건물과 노동자들만 국영소속이고 실제 운영은 인민군 총정치국 소속 8군단 산하 무역회사기지가 운영하면서 완전 돈 더미에 앉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염주군에 자리잡은 8군단 지휘부는 평안북도 정주시, 선천군을 비롯한 각 지역마다 군부대 자금 마련 명목으로 외화벌이기지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2월부터는 중앙 당국으로부터 마스크 생산 허가를 받아 정주시와 선천군에 마스크 생산기지를 차려놓고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지 주민: 8군단에 군부외화벌이 생산기지가 있는데 제일 힘이 세요. 다른데 보다 센데 총 정치국 산하이고 국가 보위부 끼고 해서 둘이서 하는 거라 꼭대기(중앙)에서 (생산허가)주고 해서 거기는 웬간해서 누가 다치지 못해요. (마스크생산)설비는 보위부에서 물어다주고 총정치국은 당정치국에서 하는 거라 그걸 받들어주는 게 보위부니까...

소식통에 의하면 군부대 기지에서 생산된 일회용 마스크는 평안북도 내 여러 지역 장마당과 상점, 길거리 매대로 도매값에 공급됩니다. 일회용 마스크 도매가격은 한 개당 2000~2300원입니다. 최소 한 개 지역에 20만 인구가 살고 있다고 보면, 마스크 생산기지의 하루 판매수익은 작게 잡아도 4억이 넘습니다.

주민들이 3일에 한번 마스크를 구매한다고 해도 군 소속 마스크 생산 한 개 기지가 하루에 벌어들인 판매수익은 1억 3천만원 정도로 1개월이면 수십 억대입니다.

31일 현재 평안북도 신의주를 비롯한 정주지역 장마당 환율이 1달러에 내화 7080원인 것을 감안하면, 군 소속 무역회사 마스크 생산기지가 1개월 간 벌어들이는 외화 수익이 수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국영공장은 마스크 시장에서 밀려나는 구조

평안북도 신의주 방직공장과 평안남도 평성수출피복공장에서도 마스크 생산지표를 받아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수입하는 마스크 원자재는 중국 현지에 상주대표부를 두고 있는 당·군 소속 무역회사를 통해 국가비상물자로 수입되는 구조인데요. 이 때문에 국영공장들은 마스크 원자재 수입에서 당과 군 소속 회사들에 밀려 노른자위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평성시 옥전동과 두무동에서도 군 총정치국과 당 소속 외화벌이기지들이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평성지역은 유동인구 외 거주하는 인구만 30만 여명에 이르고 있어 마스크 판매량이 타 지역보다 더 많아 판매 수익도 두 배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방역을 초특급비상방역으로 격상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지시한 북한 당국의 방역정책이 결국 민생은 바닥을 치게 하고 기득권을 쥐고 있는 소수의 특권층에게는 떼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입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현금 수익 중 일부는 군부대와 당 자금으로 사용하고, 해당 기관 간부들도 일정액을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더 큰 몫은 수뇌부에 충성자금으로 바치기 때문에 당 수뇌부는 특권층의 이익을 암묵적으로 보호할 수밖에 없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코로나는 전쟁...코로나방역 해제 기대하지 말라

지난 2월 북한 노동당출판사가 인쇄해 전국 기관들에 배포한 학습제강에는 조국의 안녕과 조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비상방역전을 더욱 공세적으로 벌려 나가자는 제목하에 코로나 전쟁은 계속된다고 역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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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북한 당국이 코로나 방역전을 강화하자며 제작 배포한 학습 제강 일부. RFA PHOTO

봄철을 맞으며 국경무역 재개에 희망을 드러내는 공장 기업소의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무역 재개는 없다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데요.

이제 머지않아 방역봉쇄와 관련된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잘못되고 어리석은 생각이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사회주의 방역전의 이다”고 중앙당이 배포한 학습제강에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민생 대책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방역통제의 고삐만 조이고 있는 당국의 행태에 주민들 속에서는 당중앙이 코로나를 기회로 떼돈을 벌려는 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풀(기가) 죽었었는데 지금은 막 (당국과)쌈질해요...왜 인민들 못살게 노냐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주민들은 당국이 마스크를 판매해 돈을 긁어 모으는 특권층을 끼고 돌며 장마당 수익을 더 많이 걷어가려고 코로나 방역을 일부러 연장하는 게 아니냐며 거칠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북한당국이 무허가로 마스크를 생산하는 업체들과 마스크를 판매하는 주민들을 단속하고 있어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돈주들이 마스크 원자재를 밀수입해 마스크를 생산해 개인 장사꾼들이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지만 사법기관의 단속으로 모두 회수당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현지 주민: 야들이 이제 막 단속해요. 뜯어먹을 게 없단말이에요. 터구지(시비) 걸어서 무작정 건단(단속)말이에요.  해당 장소에서 만들고 팔지 왜 아무데서나 파냐 이렇게 나오는데...

용천군에서 마스크를 만들어 장마당에 넘겨주다 사법당국에 단속되었다는 현지 주민은 왜 군부대 기지는 마스크를 만들어 판매해도 되고, 개인은 왜 안 되냐고 소리쳤지만 사법간부는 군대는 돈을 벌어야 나라를 지킨다며 마스크를 전부 회수해 더 밸이(화가) 났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지 주민: 우리가 이전에는 풀이(기가) 죽었었는데 이젠 (당국이) 자꾸 걸구 드니까 쌈질해요. 야 군대도 인민의 아들 아닌가, 인민이 살아야 농사지어 군대에게 쌀도 먹여주지 인민들 굶어 죽으면 군대는 어케 먹구 살겠네? 왜 자꾸 인민들 못살게 노나, 너네는 인민들이 살아야 군대도 살고 당정책도 받들지 않나...

북한의 반부패 투쟁은 상투적...정치기술 차원의 대응용

지난 2월 김정은 총비서는 8차당대회에 이어 또다시 당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인민대중 제일주의 정치를 강조했습니다. 주민생활을 향상시키려면 내각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힘센 기관명의로 자행되고 있는 이권 사업에 대한 법적 대응을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 상황에서 기득권을 견제하는 강압 조치는 오히려 더 많은 외화를 당국에 상납하고 권력층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북한간부들의 고질적 병폐가 더 깊어지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대내적으로 코로나와 자연재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라는 3중고로 인해 북한체제 안정이 위협 받자 정치기술 차원의 대응용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2021 한반도 정세 전망에는 전통적으로 북한은 반부패 투쟁을 상투적으로 강조해 대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내부 결속과 이완을 방지하며 장기전에 대비해왔다면서 간부들과 주민들의 심리적 이완이나 이탈을 방지하고 긴장도를 유지하면서 통치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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