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평양 홍수피해 막기 위해 순천갑문 닫아 지방주민 큰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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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평안남도 대동강 유역에 며칠 째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살림집과 농경지 침수 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대동강이 범람할 경우 평양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순천갑문을 굳게 닫고 방류를 하지 말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6일 “대동강을 끼고 있는 (순천시) 룡봉리, 오봉리 등 여러 지역 주민들의 살림집과 농경지들이 계속되는 폭우로 인해 완전히 침수되었다”면서 “일부 주민은 침수된 집에서 고생스레 기르던 돼지를 안고 나오려다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며칠째 이 동네에는 호우가 쏟아지면서 대동강 수위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보다 높아졌다”면서 “마을의 집들과 길가에 넘쳐난 빗물이 도랑을 따라 대동강으로 빠지지 못하고 거꾸로 마을로 역류되어 마을이 모두 물에 잠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올해처럼 장대비가 며칠째 쏟아지면 대동강 하류의 홍수를 조절하는 댐인 순천갑문을 완전히 열어야 대동강 수위가 낮아져 강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안전하다”면서 “그러나 당국은 순천갑문을 열고 물을 방류할 경우 평양 부근의 대동강 수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순천갑문을 열지 못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수재민들이 더 분노하는 것은 며칠 전 기상수문국이 대동강 유역에 많은 비가 내려 대동강 수위가 경고 수위를 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도 당국이 대동강 홍수로부터 평양을 보호해야 한다며 순천갑문을 한 번도 열지 않은 것”이라면서 “대동강물이 계속 더 불어나면 또 어느 지역이 물에 잠길지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대동강 하류에 순천갑문을 건설하던 초기부터 일부 간부들 속에서는 평양과 가까운 순천갑문은 대동강에 홍수가 났을 경우 수뇌부가 자리잡은 평양시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막을 목적으로 건설되는 것이라며 당국의 속내를 비판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갑문이 건설된 이후 평양은 대동강이 범람한다 해도 홍수피해 없이 지나쳤지만 순천갑문 상류 지역의 주민들은 해마다 장마철이면 갑문 수문을 차단하는 바람에 수위가 배로 높아져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만성적으로 큰물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올해도 당국은 폭우로 인해 살림집과 가산이 물에 잠긴 지방 주민들에 대한 생활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고 평양의 피해여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지금도 계속되는 장마 속에서 침수 피해자들은 길거리에 막을 짓고 장마가 걷히기만을 기다리면서 순천갑문을 폭파해버려야 한다며 당국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순천갑문은 대동강 하류지대의 홍수를 조절하고 순천-남포 간 수로를 개척할 목적으로 지난 1983년 착공해 1986년에 완공되었습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3일, 평안도, 황해도를 비롯한 내륙지역에 폭우로 인한 ‘특급홍수경보’를 발령한데 이어 5일에는 또다시 대동강 유역과 예성강 유역 등 지역에 큰물주의 경보를 내린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