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어머니절(11.16)을 맞아 다출산 여성들에 식량을 특별 공급하고 여성들의 출산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와 경제난 속에서 무턱대고 다출산을 강제하는 당국에 대해 주민들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5일 “어머니절인 11월 16일을 맞아 평안남도 은산군에서는 아이를 3명 이상 출산한 여성들에 어머니절 기념 명절물자가 공급되었다”면서 “다출산 여성들이 당의 배려라며 특별 공급받은 물자는 1인당 옥수수 15kg과 현금 5천원”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다출산 여성들에 식량을 특별공급한 당국은 3방송(중앙방송)을 통해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이야말로 자녀들을 키워 나라에 바친 당의 충신이며 모성영웅이라면서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다”면서 “다출산 여성들을 적극 따라 배워 모든 여성들도 자녀들을 많이 낳아 조국 앞에 떳떳한 어머니로써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코로나 사태로 주민들의 생활고가 악화되는 가운데 당국이 어머니날 명절에 다출산 여성에게만 식량을 차별 공급하면서 여성들의 다출산을 강요하는 행태를 두고 주민들은 ‘아이를 낳으려 해도 먹을 게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안남도 주민 (녹음) :"아이들 낳는 거 얼마나 그러게요. 아이 많이 낳으면 낳을수록 좋다 글지요 뭐. 야덟 낳고 열 낳고 어이구 야 텔레비에 나오는거 보면...기를래도(양육하고 싶어도) 도와주던 먹든 해야지..."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16일 “나는 동네에서 그다지 잘사는 형편은 아니지만 작년 어머니절에는 쌀떡을 빚어 어머니에게 드렸었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홍수와 태풍으로 텃밭농사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어머니절이라고 해도 이밥 한 그릇 어머니에게 해드리지 못했다”며 자책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는 코로나 사태와 자연재해로 인해 동네사람들 모두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당국은 어머니날 명절에 식량을 일부 다출산 여성에만 공급하면서 여성들의 다출산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여성들에게 다출산만 강요하는 당국의 행태는 여성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이 어머니날 아침부터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생도 많고 눈물도 많은 어머니들에 열렬한 축하를 드린다는 빈말 선전을 늘어놓고 있지만 여성들은 지금 같은 세월에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자살행위이며 일등 머저리라는 말을 하면서 아이 낳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다출산 여성들에게 식량 등 어머니절 특별 국가물자를 공급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하지만 중앙의 지원 없이 지방 자체로 예산을 마련해 식량과 현금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이번 특별물자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