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의 대표적인 전자제품공급기지로 알려진 '하나전자합영회사' 상업(판매)망들이 폐업 위기에 놓여 있다는 소식입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사태의 장기화로 각종 전자제품과 부속품 수입이 중단되면서 재고가 바닥났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3일 “한 달 전부터 집에서 사용하던 태양빛판(태양광패널)이 고장나 아파트 근처에 있는 ‘하나전자상점’에서 새로 사려고 가보곤 하는데, 상점 매대에 잡다한 부속품 몇 개가 남았을 뿐 태양빛판을 비롯한 전자제품은 현품이 하나도 없어 여직 태양빛판을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나전자상점은 평양에 있는 ‘하나전자합영회사’에 소속되어 전국의 지방도시마다 ‘하나전자상점’이라는 판매기지를 두고 있는데 국내 전자제품 판매시장을 독점적으로 유지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상업기지”라면서 “각종 전자제품 수입 무역와크를 부여받아 중국에서 전자제품들과 부속품을 수입해 각 지역 상점들을 통해 판매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코로나사태 이전 하나전자상점들에는 항상 중국산 판형텔레비죤(액정TV), 냉동기(냉장고), 태양빛판 등 크고 작은 가정용 전자제품들이 수두룩했다”면서 “그런데 코로나사태로 국경무역이 장기간 중단되면서 전자제품을 수입하지 못하다보니 상품원천이 바닥을 드러내 이제는 아예 문을 닫게 생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주민 소식통은 14일 “신의주에 있는 하나전자상점에도 판매상품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 이달 들어서는 폐업 위기에 놓여있다”면서 “어제(13일) 밧떼리(전기) 자전거를 한 대 사려고 하나전자상점에 갔더니 중국에서 수입하던 오토바이, 밧떼리 자전거는 현품이 하나도 없다는 판매원의 말을 듣고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원래 밧떼리 자전거는 주민들의 이동수단이어서 수요가 높은 제품이었다”면서 “그런데 12월,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당국이 코로나 방역을 강화한다며 지방도시마다 버스, 택시 등 서비차 운행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어 밧떼리 자전거는 주민들이 장사 활동을 할 수 있는 개인 이동수단으로 수요가 부쩍 늘어나고 있어 판매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코로나 사태 이전 밧떼리 자전거 한 대당 가격은 400달러였지만 현재는 800~1000달러 이상으로 가격이 올랐다”면서 “이에 따라 밧떼리 자전거, 오토바이 부속품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밧떼리 자전거를 비롯해 냉동기, 세탁기 외에 전기다리미까지 가전제품들을 쌓아 놓고 외화를 벌어들이던 하나전자상점들이 경제제재로 영업에 지장을 받기 시작하더니 코로나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상품 재고가 고갈되어 문을 닫게 생겼다”면서 “이에 전자제품시장을 독점하고 막대한 외화를 벌어오던 평양의 본사 하나전자합영회사도 결정적 타격을 입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서 ‘하나전자합영회사’는 2003년 북한 문화성과 유럽계 투자회사인 ‘피닉스 커머셜 벤처스’가50대50 지분으로 합작해 평양시에 세운 회사로 알려졌습니다. 하나전자합영회사는 ‘아리랑 DVD’ 등 DVD플레이어와 화면 노래 반주기(가라오케) 등을 생산해 국내 판매해왔지만 2015년 회사 경영진 간의 불화로 ‘피닉스 커머셜 벤처스’측이 합작회사 종료를 선언하고 철수한 바 있습니다.
이후 북한 ‘하나전자합영회사’는 각종 전자제품들을 중국에서 수입해 전국에 퍼져있는 하나전자상점을 통해 시장가격으로 판매하는 전자제품 전문 상업망으로 운영되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