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의 당·군·정 산하 무역회사들이 서해상을 통한 석탄 밀수출에 바쁘다는 소식입니다. 값싸고 품질 좋은 북한 석탄에 대한 중국측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무역기관 간부 소식통은 7일 “요즘 당 39호실 산하 ‘금강관리국 무역회사’ 선박이 용천군 진흥부두에서 석탄을 싣고 서해상을 통해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면서 “석탄을 바로 중국 항구에 싣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서해바다 공해상에서 중국 선박에 환적하하는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석탄은 수출금지품목이기 때문에 무역기관들은 미국이 인공위성으로 우리 석탄수출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날이 어둡기를 기다렸다 석탄 실은 배를 출항시키고 있다”면서 “선박에 설치된 큰 조명을 켜지 않고 어두운 바다에서 항행하면 인공위성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 소속 무역회사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 무역회사 선박들은 지난 수십 년간 진흥부두에서 서해바다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광물과 수산물 등을 중국에 수출해왔기 때문에 밝은 조명 없이도 선박을 운행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요즘 6500칼로리 이상의 열량을 가진 질 좋은 조선 석탄이 중국대방에 넘겨지는 가격은 1톤 당 50~60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면서 “금강관리국 무역회사의 석탄 수출용 선박 규모는 보통 1천 톤~2천 톤급 규모이며, 4~5일 간격으로 2~3척의 무역선이 출항하기 때문에 한 번에 수출되는 석탄은 어림잡아 3천~5천 톤 규모이다”라고 추정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 외 다른 국가에서 중국 측이 수입하는 석탄 가격은 최근 1톤 당 200달러 정도이기 때문에 북한산 석탄은 국제시세보다 약 4분의 1 가격에 팔리는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무역 간부는 “이달 들어 용천군 용암포 부두에서는 국가보위성 산하 국경경비대총국 무역회사들이 국가보위성의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크고 작은 선박으로 해상을 통해 석탄을 중국에 수출하느라 분주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국경경비대총국 무역회사는 기동성이 빠른 작은 선박들로 석탄을 수출하는 게 특징이다”라면서 “선박 규모는 보통 100톤~500톤 정도로 작기 때문에 대낮에 석탄을 싣고 서해바다 해상을 통해 중국 동강항으로 직행해도 미국이 운영하는 인공위성의 감시망에는 일반 선박으로 보여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국경경비대총국 무역회사 선박들은 석탄을 싣고 중국에 나갔다가 이틀 후에 돌아오는데, 5척의 선박이 각각 최소 100톤의 석탄을 중국에 수출한다고 봐도 한 달에 1만톤 이상의 석탄을 중국에 팔아 외화벌이를 하는 셈”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북한 국방성(전 인민무력성) 산하였던 국경경비대총국은 2014년 국가보위성 산하로 이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평안북도 용천군 국경일대에는 국가보위성 산하 국경경비대총국 31여단이 주둔하고 있으며, 해당 군부대는 국가보위성의 내적 지시로 당과 군부 소속 무역회사들의 밀무역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압록강하구에 자리 잡고 있는 진흥부두와 용암포부두는 서해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항구 규모가 큰데다가 중국 동강항과 가까워 미국의 경제제재가 강력해진 2017년부터 권력의 비호를 받는 당과 군부 산하 무역회사들의 밀수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국경무역이 완전 차단되고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밀수도 중단되면서 당과 군부, 국가보위성도 외화 자금난에 직면하게 되었다”면서 “하지만 요즘 가격이 눅고 품질이 좋은 조선 석탄을 사겠다는 중국대방들이 급증하면서 이들 권력기관 무역회사들이 살 때를 만난 듯 석탄 불법수출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북한산 석탄은 지난 2017년 8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 따라 금수품목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