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평양원정’ 한국 취재·응원단 방북 끝내 무산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19.10.11
worldcup_coach-620.jpg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7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오는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간 월드컵 예선전에 대한 한국 측 취재단과 응원단 파견이 결국 무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한축구협회는 11일 한국과 북한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 취재를 위해 방북을 추진해온 한국 취재진이 북한 측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29년 만의 평양 원정에 나서는 한국 축구 대표팀과 동행하려던 한국 취재진의 방북이 끝내 무산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자들은 오는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남북 간 축구 경기를 현장에서 취재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앞서 한국 취재진은 지난 2017년 4월 평양을 찾아 여자 축구 대표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을 취재한 바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북한 측으로부터 비자를 발급받는 데 필요한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며 경기 전 주말이 끼어 있어 비자 발급과 항공편 예약 등이 물리적으로 어렵게 됐다고 방북 무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원정 응원을 추진했던 한국 측 응원단도 결국 평양에 갈 수 없게 됐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날 남북 간 월드컵 예선전의 취재진, 응원단 파견 및 중계 문제와 관련해 계속해서 북한 측에 입장을 타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은한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 한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 측에 제반 문제와 관련해서 의사를 다각도로 타진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회신이 없었던 점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AFC, 즉 아시아축구연맹을 통해 북한축구협회와 선수단의 방북 문제를 조율하면서 한국 측 기자단 방북과 중계방송, 응원단 파견 등을 계속 요청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던 북한 측은 ‘선수단을 제외한 인원의 입국 승인은 북한축구협회의 결정 사안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회신을 대한축구협회에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와 관련한 문제들의 북한 내 결정권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응원단과 중계인력의 방북 승인 등의 권한을 어떤 기관이 갖고 있는지는 북한 내부의 문제로 한국 정부가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연합뉴스는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서울방송 등 한국 내 3개 지상파 방송사들이 예선전 중계를 위해 북한 측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지만 북한 측의 무응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방송 중계진의 직접 방북은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북한이 제공하는 국제방송 신호를 받아 중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월드컵 지역 예선 중계는 경기 개최국의 권한으로 지난달 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 레바논의 지역 예선전은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북한 측이 한국 취재진과 응원단 파견을 거부하고 중계방송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한국 응원단의 응원 장면이 방송으로 공개됐을 경우의 파급효과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한국 응원단이 북한에 많이 들어가서 열광적인 응원을 할 경우 그 모습에 북한의 청소년들이 받을 영향과 파급효과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 소장은 또 남북 간은 물론 미북 간 비핵화 대화까지 경색된 상황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스포츠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 측이 거액의 중계권료를 요구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지난 8일 한국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예선 평양 원정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경기 진행에 필요한 물품에 대한 대북제재를 면제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9년 만에 평양 원정경기로 치를 북한과의 예선전을 위해 경기 하루 전인 오는 14일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방북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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