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코로나사태의 와중에도 러시아에 노동자 파견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화벌이가 다급해진 북한은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유학생이나 연수 비자를 발급받아 노동자를 파견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의 한 고려인소식통은 3일 “이달 초 모스크바 인근 건설현장에서 불법적으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경찰에 단속되는 사건이 있었다”면서 “외국인 불법체류실태를 조사하던 러시아 경찰당국에 의해 유학생 비자를 소지한 채 공사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이 단속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 노동자들은 건설현장의 내부 인테리어 작업도중 불시의 검열을 받았다”면서 “유학생 비자로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노동자들이 경찰에 단속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데 이날 불시검열 현장에서 단속된 북한 노동자는 모두 7명으로 유학생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외화벌이가 목적인 북한인들에게 학생비자를 발급해 유엔 제재 이행에 비협조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러시아 정부는 간헐적으로 외국인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벌이는데 이번 불시검문에 마침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북한 노동자들이 적발된 것입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단속된 유학생들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자신들이 유학생이라고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20~30대의 노동자들은 어느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느냐는 경찰의 기본적인 질문에도 대답을 못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유엔 안보리 제재 이전에는 러시아에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는 40대 이상 이 주를 이루었는데 요즘은 20대나 30대 초반 이하로 나이제한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녀가 있는 40~50대가 유학하기 위해 비자를 신청한다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자신들이 유학생이라면서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이름조차 대지 못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로 분류되어 경찰에 구금되었다”면서 “이에 북한대사관에서는 해당 지역 경찰을 찾아가 그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선처를 해주도록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상트 페쩨르부르크의 또 다른 고려인 소식통은 같은 날 “요즘 상트 페쩨르부르크 일대 건설현장에서 북한사람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이들 대부분은평양출신으로 러시아에 입국한지 2달 남짓한 30대 미만의 젊은 노동자들”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 북한은 현역 군인들을 러시아에 노동자로 파견했었다”면서 “외화벌이를 위해 현역 군인들을 해외로 보내 노동을 시킨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북한당국은 군인들에게 머리를 기르게 하고 일반 노동자복장을 하게 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하지만 요즘 러시아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유학생이나 연수비자로 입국한 사람들이라 겉으로 보기에는 학생들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북한 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 경찰에 단속이 되어도 유학생인데 방학기간을 이용해 부업으로 일하고 있다며 불법체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북한 노동자들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평양고려항공 편으로 블라디보스크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 후 공사현장을 찾아 각 지역 도시로 흩어져 소규모로 외화벌이 노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해외의 북한근로자들이 2019년 말까지 모두 본국으로 철수하도록 규정한 제2397호 결의를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 만명에 달하던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본국으로 철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작년 봄부터 다시 유학이나 연수 비자를 발급받은 청년들을 러시아에 보내 각종 공사장에 취업시켜 외화벌이를 함으로써 대북제재를 회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와 제재위 의장국 노르웨이 측은 러시아내 불법 북한 노동자와 관련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5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