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견 북한근로자 대거 철수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19.09.03
airport_ppl-620.jpg 지난 2일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평양행 항공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북한근로자들.
RFA PHOTO/김지은

앵커: 지난 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 파견되었던 북한 근로자들이 대거 철수했습니다. 대북제재 준수를 위한 러시아 정부의 요청에 의한 철수인지 단순한 비자만료에 의한 일시적인 철수인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북한 근로자 수백명이 몰려 있었습니다. 줄잡아 2백명은 넘어 보이는 북한근로자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건설노동자로 파견되었다가 평양 행 귀국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현지인 소식통은 2일 “오늘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은 북한으로 귀국하는 북한 근로자들로 북적이고 있다”면서 “일반승객들과 구분해 따로 열을 지어 대기중인 북한근로자들의 옷깃에는 김일성∙김정일 배지가 달려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공항에 모인 북한근로자들 중 일부는 며칠 전부터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의 마트와 시장 등에서 만났던 낯익은 얼굴들이었다”면서 “그들은 4~5명씩 조를 무어 마트와 시장 등을 다니며 귀국 선물로 냉동 물고기와 새우, 게 등 해산물을 주로 구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마트에서 만난 북한근로자들에게 ‘러시아에 온 지 얼마 만에 돌아가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3개월이 되어 귀국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면서 “‘언제 또 러시아로 오게 되느냐’고 묻자 ‘다시 못 오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해 비자 만료로 인한 일시 귀국이 아닌 완전 철수임을 암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귀국길에 나선 북한근로자들은 대부분 검게 그을리고 마른 모습이어서 현지인들이 금방 북한근로자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북한근로자들은 ‘조선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한 달에 평균 4달러정도 벌 수 있는데 러시아에서는 한 달에 100달러이상 벌 수 있어 좋았다며 귀국하게 된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공항에 모인 북한근로자들은 약 100명씩 대열을 지어 별도로 대기하고 있었다”면서 “자세히 알아보니 북한근로자들은 자신의 여권도 갖고 있지 않았으며 타고 갈 비행기나 탑승시간도 모른 채 책임자의 인솔하에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고려인 소식통은 같은 날 “2일 블라디보스토크공항은 평양으로 가는 북한 근로자들의 귀국 행렬로 하루 종일 북새통이었다”면서 “수백명의 북한근로자들이 한꺼번에 공항에 모여 귀국 절차를 밟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귀국하는 북한근로자들의 숫자도 많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꾸려온 짐의 부피가 너무 커서 놀랐다”면서 “몇몇 근로자들은 한국어로 인사하는 나를 보자 반가운 얼굴로 ‘여기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 값(항공료)은 얼마나 되며 항공편은 얼마나 자주 있느냐면서 강한 호기심을 드러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대부분의 북한근로자들은 인솔자의 감시 때문인지 한국말로 건네는 인사도, 고급 담배도 거절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간부로 보이는 일부 북한 사람들은 명단이 적힌 서류를 들고 분주히 오가며 한국말로 인사하는 고려인이나 현지인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를 하는 모습이 상당히 대조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12월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가 1만1천명이라고 밝힌 바 있었습니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올해 5월까지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규모를 약 1만명 정도로 추산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철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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