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 북한 근로자 탈북사건 연이어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20-09-10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러시아 극동 항구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건설 노동을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러시아 극동 항구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건설 노동을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RFA PHOTO/ 양성원

앵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러시아에 남아 있던 북한 근로자들 중 탈북자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근로자들이 현장을 탈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일감이 없어 개인 돈벌이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고려인 소식통은 5일 “지난 8월 초 모스크바 근교에서 일하던 북한 근로자 한 명이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이에 북한 근로자 감독을 담당한 간부들이 주변지역을 돌며 그의 행방을 뒤쫓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모스크바 근교의 한 개인주택 건설현장에 파견되어 인테리어 작업을 하던 북한근로자들 중 한 명이 작업현장에서 몰래 사라졌다”면서 “그는 북한군 7총국소속 남강회사소속의 건설인력으로 2년전에 러시아에 파견된 26살의 현역군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현재 모스크바에는 북한군 소속 대외건설회사인 7총국 ‘남강회사’와 8총국 ‘금릉회사’의 건설인력들이 파견되어 외화벌이 노동을 하고 있다”면서 “이 업체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24세~25세의 군인들인데 일반 근로자로 위장해서 파견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요즘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사태로 인해 러시아에서 일거리가 줄어들자 북한군 7총국 소속 대외건설회사들은 소속 근로자들이 현역 군인이란 점을 악용해 숙식비 외에는 노임을 전혀 주지 않고 있다”면서 “노임을 받아 개인 돈벌이를 꿈꾸며 러시아에 온 군인 근로자들은 언제 귀국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인데다 모아 놓은 돈도 없어 작업현장을 이탈해 탈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모스크바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대외건설업체들은 소속 근로자들에게 외부에 군인신분임을 밝히지 말도록 단속하고 탈출할 수 없게 그들의 여권을 다 회수했다”면서 “군인 근로자들에게는 법적 효력이 없는 여권의 꼬삐(Копировать. 복사본)만 지참토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일거리를 찾아 근로자들을 소규모 조를 편성해서 파견하다보니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서 탈출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관리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겉으로는 파견노동자신분이지만 실제로는 군사복무기간에 있는 군인이기 때문에 탈영은 군법에 의해 총살형에 처해질 수 있어 한 번 탈출하면 철저하게 숨어들어 잡기가 힘들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고려인소식통은 6일 “요즘 유엔이 정한 철수시한인 작년말에도 철수하지 않은 상당수 북한근로자들이 건설현장에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면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산, 우수리스크 등지에서도 북한 근로자들이 탈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러시아에 남아있는 북한건설 근로자들은 돈이 되는 일이면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있다”면서 “현지의 인력시장과 연계해 공공건설 외에도 개인주택건설이나 심지어는 주택 내부 인테리어작업에도 인원을 소규모로 분할하여 파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사태로 인해 언제 철수명령이 떨어질지 모르는 북한 근로자들은 모아놓은 돈도 없이 귀국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젖어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면서 “코로나사태 이후 러시아 현지에서 일감이 대폭 줄어드는 바람에 근로자들에게 귀국명령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근로자 탈출이 이어지자 북한건설회사들은 탈출 근로자들에 체포령을 내리고 1인당 5만루블(한화 약 78만원)의 현상금까지 걸었다”면서 “하지만 빈손으로 귀국하면 생활고를 겪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017년 12월 채택한 제2397호 결의에 따라 모든 북한근로자들은 2019년 말까지 본국으로 철수하게 되어있습니다.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 알렉산드르 마체고라는 지난 2019년 9월 러시아 언론 ‘리아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이며 2019년 12월 22일 이후 자국내 모든 북한 근로자들이 철수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군소속 대외근로자 파견회사 등을 통해 2000명에서 2500명 규모의 군인들을 일반근로자들로 위장해 러시아에 보내 외화벌이 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러시아 현지 소식통들은 증언했습니다.

이들은 앞서 코로나사태 이전 3년짜리 노동비자로 러시아에 입국했지만 일부가 북한 당국의 올해 초 국경봉쇄 조치로 여전히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