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최근 주민 대상 강연회에서 '평화를 구걸하는 것은 곧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에게 투철한 대미 투쟁의식을 주입시키는 동시에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16일 "요즘 중앙의 지시로 진행되고 있는 주민 강연회의 주된 내용은 '평화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라'고 강조하는 것"이라면서 "계급적 원칙, 혁명적 원칙에서 탈선하거나 양보하는 것은 곧 죽음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얼마 전에도 언론들에서 조선반도에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원수님(김정은)의 행보를 크게 선전했다"면서 "조미수뇌상봉과 북남수뇌상봉 이후 조선반도에 평화에 낙관론이 서서히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갑자기 평화시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강연에서는 '무엇보다 계급적 원칙, 혁명적 원칙에서의 탈선과 양보는 곧 죽음이라는 것을 뼈에 깊이 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적대계급을 끝없이 미워하고 끝까지 싸우는 대신 쓸데없는 환상을 가지고 계급투쟁을 포기하면 혁명을 망치게 된다는 것은 과거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심각한 교훈이라고 강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강연에서는 '지난 1990년대 소련과 동유럽나라들에서 사회주의가 좌절되는 비극적 사태가 벌어진 것은 제국주의에 굴복하고 혁명적 입장, 계급적 원칙을 버리고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 자본주의를 끌어들인데 있다고 강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최근 리비아나 우크라이나가 겪은 비극적 사태도 적에게 평화와 원조를 구걸하며 자주적 권리와 원칙을 헌신짝처럼 버린데 그 원인이 있다"며 "이 같은 교훈을 잊지 말고 적들에게 어떤 털끝만한 환상이나 미련도 갖지 말며 끝까지 싸워 결판을 내야 한다며 주민들을 선동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은 17일 "요즘 들어 도 내 각 단위에서 진행하는 강연회 내용은 '평화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 것'"이라면서 "이는 북남수뇌상봉 합의문과 판문점선언, 평양선언과 대치되는 내용이어서 주민들 속에서 적잖은 사상적 혼란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당초에 우리(북한)가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해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기대한 주민은 없다"면서 "다만 일부 주민들이 원수님(김정은)이 직접 미국과 남한과의 수뇌상봉에서 평화선언문과 합의문을 채택했기 때문에 평화에 대한 미련을 가졌을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최종 결정권자가 김정은이라는 점을 강조하던 언론들의 보도와 평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중앙당 선전선동부의 주장은 분명하게 상반된 내용"이라면서 "평화와 번영을 위해 김정은이 세련된 정치외교술을 폈다며 추켜세우던 당국이 갑자기 평화구걸은 곧 죽음이란 논리를 펴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강조했습니다.
0:00 / 0:00